경선 패배에 홍준표 아내 첫말…“이게 내 팔자인갑다”

입력 2021-11-15 11:04 수정 2021-11-15 14:15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내 팔자인갑다. 수고했어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경선 결과 후 사모님의 첫 말씀은?”이라는 질문에 “이게 내 팔자인갑다. 수고했어요”였다고 답했다. ‘내 팔자인갑다’는 ‘내 팔자인가 보다’의 전라도 사투리다. 홍 의원의 아내 이순삼씨는 전북 부안군 출신이다.


홍 의원은 전날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려는 목적의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했다.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홍 의원이 직접 ‘준표형’이라는 이름으로 답변을 달고 있다. 개설 하루 만인 15일 오전 11시 기준 질문은 1300건을 넘어섰다.

한 게시자는 홍 의원이 부인 이씨를 가리켜 ‘다음 생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그런 인생의 훌륭한 반려자를 만나는 법을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 게시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국민은행 안암동점이 철수해서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는 홍 의원이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 다닐 때 당시 국민은행 안암동지점에서 일하던 부인 이씨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는 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홍 의원은 당시 몇 달 동안 은행을 들락거리다가 이씨에게 마음을 고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의원은 이 질문에 대해 “착한 사람이 좋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순삼 여사가 영부인으로 인품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는 게시글에는 “고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글을 쓴 게시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성품이 정말 좋았다고 들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이신 김정숙 여사,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님,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님에게서는 영부인으로서의 성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데 홍준표 아버님의 부인이신 이순삼 여사님께서는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잘하실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홍 의원은 특유의 간결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답변을 달았다. 그는 ‘사법고시 5수 만에 합격하셨다는데, 주관식 비법 좀 여쭙고 싶다’는 질문에 “5수 만에 겨우 합격했는데 합격 비법이 있을 리 있느냐”고 반문하며 “마음을 비울 때 합격합디다”라 답했다. ‘윤 후보에게 치명적 흠이 생겨 중도 사퇴하면 구원 등판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분은 사법시험 9수한 사람이다. 절대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다소 무거운 질문에는 짧으면서도 완결성 있는 답변을 달았다. 한 게시자는 ‘법조인과 정치인을 모두 지냈는데, 법조인으로서의 정의와 정치인으로서의 정의에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홍 의원은 “법조는 선악을 가르는 판단이지만, 정치는 선악이 공존하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탄소세 도입과 관련해 ‘다른 탄소규제를 탄소세 하나로 통폐합한 의향이 있느냐’는 정책 질문에는 “원전과 수소경제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면 탄소세 도입 없이도 탄소제로가 가능하다고 한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한 지지자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역전의 드라마를 기대한다”고 말하자 “사마의처럼 인내하며 기다려야죠”라고 답했다. 사마의는 삼국지에 나오는 위나라의 재상으로 조조의 휘하에서 긴 세월 기회를 엿보다 권력을 장악했던 인물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서 “50년 동안 참고 기다린 사마의를 생각게 하는 요즘”이라고 쓰기도 했다.

홍 의원은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말없이 자기 역할에 충실했던 상산 조자룡”이라고 말했다. ‘종교가 무엇이냐. 불교와 기독교 모두에 열려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둘 다”라고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된장찌개를 꼽았다.

‘대선용 말고 정치인생 마지막까지 밀고 가고 싶은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즐풍목우(櫛風沐雨)”라고 답했다. 장자 천하편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빗물에 몸을 씻는다’는 의미다. 오랜 시간의 고생과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홍 의원은 ‘26년 정치인생 중 가장 잘한 일과 후회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언급하며 “탄핵 대선 때 당을 살린 일이 제일 잘한 것 같고, 1년 동안 쉬어야 하는데 바로 그 당을 맡은 것이 가장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