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관리 불량하면 뇌경색 후유증 커진다

입력 2021-11-15 10:21 수정 2021-11-15 10:22

뇌경색은 노폐물 덩어리인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한다.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에서 비롯되기 쉽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큰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 동맥 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시행하는데, 뇌경색 발병 이전의 혈당 수치에 따라 치료 예후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발병 전 혈당 수치(당화혈색소)를 7% 이하로 조절해야 뇌경색 후 기능 회복이 원활한 걸로 나타났다. 혈당 수치가 7%를 넘는 등 조절이 불량할수록 뇌경색이 커지거나 증상 악화 및 후유증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한문구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장준영 교수팀은 국내 뇌졸중 다기관 코호트(CRCS-K)에 등록된 환자들 중 당뇨를 동반한 급성 뇌경색으로 혈전 제거술을 받은 1351명을 대상으로 입원 당시의 당화혈색소 수치와 시술 후 기능 회복 정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뇌경색 발병 전 혈당 조절 정도에 따라서 혈관의 혈전 제거술 이후 뇌경색이 커지거나 출혈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면서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다.
혈당이 잘 조절된 경우 위험도가 23%에 그친 반면 조절이 불량한 경우에는 31%로 보다 높았다.

뿐만 아니라 급성기 뇌경색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인 ‘혈전 제거술’을 통해 재개통된 뇌경색 환자의 기능 회복에도 발병 전 일상적인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화혈색소 수치를 7.0% 이하로 조절한 경우, 뇌경색 환자의 후유증 없는 기능 회복 비율이 당화혈색소 7.0%를 넘는 경우와 비교해 47% 더 향상됐다.
당화혈색소 조절은 나이, 성별, 뇌경색의 아형, 정맥 내 혈전용해제 사용 여부, 재개통 정도와 무관하게 환자의 회복과 예후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문구 교수는 15일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평소 혈당 수치가 높을 경우 급성 뇌졸중 발생 시 조기 신경학적 악화와 회복 부진,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면서 “하지만 실제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발병 전 혈당 조절, 그리고 특히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서 막혀 있는 뇌경색 환자에서 혈전 제거 시술과 예후의 상관 관계를 명확히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고 전했다.

장준영 교수는 “당뇨 환자의 적절한 혈당 관리가 뇌경색 발생 시 혈전 제거술에 의한 기능 회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