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여당 반대로 막판에 빠졌던 ‘미술품 물납제 도입’이 국회 차원에서 재논의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고(故)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촉발된 상속세 미술품 대납이 가능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 초안에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분부터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었는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제동으로 도입이 불발됐었다.
정부는 여전히 미술품 물납제 도입 의지를 내비친다. 일각에서 제기한 부자 감세 효과나 국고 손실 가능성, 객관적인 감정평가제도 여부 등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납세자가 원한다고 해서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거부할 수 있다”며 “객관적인 감정평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물납심의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문화 향유권 증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품 물납제 외 상속세 개편 논의도 진행된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납부세액 2000만원 초과 시 최대 5년간 허용하는 연부연납기간을 미국 영국 독일처럼 최대 10년으로 확대하는 안이 담겼다. 또 가업상속공제 중견기업 범위를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올렸다. 다만 세율조정과 같은 큰 틀의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또 상속세 대안으로 거론되는 유산취득세에 대해선 입법 추진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현행 소득세법에 담긴 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문제는 여야가 과세 유예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1년 연기하거나 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