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공사 사장직에 지원하기 직전 유동규(구속 기소) 전 공사 기획본부장을 만났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사장은 유 전 본부장과의 만남이 ‘사전 면접’ 성격이었다고 검찰에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말 잘듣는’ 인물을 뽑으려는 인상이 강했다는 게 황 전 사장의 주장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황 전 사장은 공사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13년 7월과 8월 두 차례 유동규 전 본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는 황 전 사장에게 공사 사장직 응모를 권한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이 주선했다고 한다. 공사 사장 지원서 접수 마감일은 같은 해 9월 2일이었으며, 이튿날인 3일 면접이 있었다. 황 전 사장은 면접 9일 뒤인 9월 12일 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황 전 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진술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자신의 취임부터 사임까지의 모든 과정이 기획된 것이었음을 알게됐다고 주장해 왔다. 공사의 실세였던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장 면접 절차부터 이른바 ‘바지 사장’을 물색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는 성남시의회 내부 진통 끝에 어렵사리 공사가 설립되고, 사장 자리에 전문경영인이 선임돼야 한다고 요구되던 때였다. 황 전 사장은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가 임박한 2015년 2월 유한기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았고, 결국 임기를 1년 6개월 남겨둔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이 문제가 되자 본인의 임용 과정을 나름대로 되짚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 최고위층 등 윗선 의중에 따라 본인이 바지 사장으로 내정됐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도 한다. 당시 채용에 관여한 한 외부위원에게 이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외부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윗선이 사장 임용에 특정 의중을 내비친 건 아니다”면서도 “어느 지방공사 사장이든 시장의 사람들이 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미리 면접했다는 사실을 의미심장하게 보면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대형 건설사의 컨소시엄 참여’ 등 황 전 사장의 여러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대장동 사업 공고가 나간 배경에도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민간 사업자들의 ‘민원’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