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재난지원금에 청와대 일각 반대 기류…당청 갈등 재발 우려도

입력 2021-11-14 17:02 수정 2021-11-14 17:15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6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일상회복 방역지원금)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 만큼 추가적인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구도를 피하기 위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당의 결정을 지켜볼 방침이다.

만약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또 다른 당청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놓고 불편한 관계를 겪기도 했다.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안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지금은 당의 시간이다. 당과 정부가 의견을 조율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아직 여야 합의 과정이 남았기 때문에 청와대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10조~25조원 예산 증액을 제시하고 있는데, 다른 방역 예산을 줄여도 금액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기 말 청와대로서는 예산안에 손대지 않고 따로 추경을 집행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도입된 상황에서 재난지원금보다 ‘위드 코로나’ 대응 예산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한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대선용 선심쓰기’, ’금권·관권 선거’라는 비판도 고려 대상이다.

반면 청와대 일각에선 마스크 비용 보전 등 방역에 초점을 둔 지원책인 만큼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다음 달 2일 전후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임박하면 이런 내부 논의를 반영해 여당에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특히 여당의 예산안 처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제안을 ‘매표 행위’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어 예산안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예산안 증액을 강행한다면 청와대가 언론법 처리 때처럼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원칙론과 명분을 내세우며 여당에 ‘충분한 협의’를 당부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