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더 빛나게 했다” WSJ이 주목한 전략

입력 2021-11-14 16:31
넷플릭스 제공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11월 첫째주까지 수개월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시청률을 자랑했다. 황동혁 감독의 연출과 제작이 최고의 비결이긴 하지만, 전 세계 34개국 언어로 더빙해 이 드라마를 온라인으로 방영한 넷플릭스의 더빙전략도 큰 몫을 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자사 홈페이지에만 게재하는 영상컨텐츠 뉴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공식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전 세계 각국에서 자막 버전과 더빙 버전 중 하나를 골라 시청할 수 있다”면서 “넷플릭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한국 드라마를 더빙 버전으로 본 사람이 자막 버전으로 본 사람들보다 60%가량 많았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등 서방 주요국 언어는 물론 아랍어나 힌두어 러시아어, 심지어 넷플릭스 시청이 금지된 중국인들을 위한 중국어로도 자막이 제공됐다. 한국어를 현지어로 바꾼 타 언어 자막만 31개국어에 달했다.

‘목소리 배우’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역할을 맡아 현지어로 더빙한 버전도 34개 국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막으로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보다 자신의 모국어로 더빙한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신문은 오징어 게임은 물론 각종 넷플릭스 콘텐츠들이 속속 더빙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콘텐츠 대부분에 더빙을 제공하자, 이를 통해 넷플릭스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고 더빙버전 콘텐츠 시청률은 두 배 이상에 달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2018년 사업 초창기에 어린이용 콘텐츠들만 더빙을 제공했다. 빠른 시간 안에 자막을 읽을 수 없거나 아예 글씨를 배우기 이전인 아동 또는 유아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이었다.

이후 몇몇 영어권 콘텐츠에 현지어 더빙버전을 제공해 시청률이 크게 오르자, 넷플릭스측은 올해부터 아예 모든 콘텐츠의 더빙버전을 제공하는 전략을 전면 채택했다. 그 결과 이처럼 시청률이 크게 상승하고 유료 가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34개국에 더빙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현지어 번역 및 대본 제작, 녹음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적인 더빙버전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원작의 대사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고 원래의 뜻도 통하지 않는 더빙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오징어 게임만 해도 영어 더빙버전이 한국어가 가진 고유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측은 “원작의 언어를 최대한 각국 시청자들의 모국어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우 이정재가 맡았던 주인공 기훈의 영어 더빙버전을 맡았던 재미교포 목소리 배우 그렉 전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말을 할 줄 알아 영어 번역 전문가가 번역한 스크립트도 즉흥적으로 내가 바꾸기도 했다”면서 “더빙이 원작의 맛을 100% 살릴 순 없겠지만, 자막 보느라 장면을 놓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헐리우드 연예산업계는 더빙산업이 오는 2070년 전체 시장규모만 36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더빙 등 첨단 방식의 더빙기술 투자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