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고 했으나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속도를 높이려던 인텔의 시도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은 2022년부터 중국 청두공장에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이유로 이 계획을 강하게 반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백악관의 반대에 부딪히자 인텔은 중국에서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을 접었으며,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텔은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인텔과 바이든 정부는 업계 전반에 걸친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 정부와 여러 접근 방식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인텔이 중국 대신 미국이나 유럽쪽 실리콘 웨이퍼 제조 공장에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촉진을 목적으로 520억 달러 규모의 지원 법안을 마련했다. 현재 법안은 하원에 계류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온 중국 반도체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시켰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 명목으로 주요 기업들을 미국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에서 D램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인텔이 중국 공장 증설을 추진한 이유도 중국 고객 강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판매 및 재고 상황 정보를 제공하라고 한 이유도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에 팔리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중국이 반도체 기업의 정보 제공에 거세게 반대해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이 요구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민감한 고객 정보는 제출하지 않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