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를 읽을까 싶은 시대에 시 전문 잡지가 창간됐다.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서점 겸 출판사 청색종이가 시를 다루는 계간 문학잡지 ‘청색종이’ 창간호를 내놓았다.
김 시인은 창간사에서 “시와 문학이 여전히 삶의 주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하려 한다. 나아가 시를 통해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문예지를 시작하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한 목적에 투신하는 일”이라며 “불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뒤를 쫓는 것이 또한 시적인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를 언제까지나 달리게 한다”고 말했다.
‘청색종이’는 문정희 시인이 고문을, 김대현 문학평론가가 주간을 맡았다. 편집위원으로는 김지윤 이은규 이재훈 신철규 최진석이 참여했다.
창간호 기획특집은 ‘시는 어떻게 새로워지는가’이다. 시대의 흐름과 매체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 쓰기를 수행하는 시인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시-플랫폼’의 변화를 진단했다.
기획특집을 구성하는 세 편의 글 중 신예 문학평론가 임지훈이 쓴 ‘문학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는 새롭게 출발하는 문예지나 웹진의 의미를 논한다. 임지훈은 “새로운 지면의 등장은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시란 꼭 그래야만 하는가” “새로운 방식으로 시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문학을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등을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시인을 신작시와 함께 조명하는 ‘시인’ 란에는 나희덕 시인을 초청했다. 신작시를 소개하는 ‘우리 시대의 시인들’에는 문정희, 허연, 손택수, 오은 등 시인 17명이 작품을 실었다. 이밖에도 해외 시인들을 다루는 ‘번역시’와 시집 리뷰 코너 ‘다시보기’, ‘시창작교실’ 연재 등으로 구성했다.
유화를 사용한 표지, 손으로 쓴 듯한 제호, 한자를 적극 사용하는 방식 등 잡지 디자인은 레트로풍이다. 김 시인은 “현대의 첨단보다는 조금 거칠지만 복고적인 편집을 반영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잡지 제호로 ‘청색종이’와 ‘靑色紙(청색지)’를 함께 사용하는데, ‘청색지’는 작가 이상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구본웅이 1938년에 창간해 8호까지 발행한 예술잡지였다”면서 “‘청색지’의 정신을 이어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색종이’는 창간과 동시에 ‘청색지 신인상 공모’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매년 신인 시인과 평론가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