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은 손실 위험이 큰 암호화폐 투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자 10명 중 6명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망 투자처로 주식을 꼽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분석을 담은 ‘2021 한국 부자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정의하고,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10명 중 7명(70.0%)은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 의향이 있다’는 중립적인 응답은 26.8%, ‘향후 투자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올해 비트코인 등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부자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다.
부자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손실 위험이 크기’(50.7%) 때문이었다. 그다음 이유로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어서’(42.3%)라고 했고, 30억원 미만 부자는 ‘암호화폐에 대해 잘 몰라서’(33.5%)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의 위험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거래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부자들이 투자처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부자들은 주식(6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자 10명 중 4명(40.0%)은 올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1.0%는 향후 주식 투자금액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최근 몇 달간 코스피가 30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부자들은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부자들이 주식 다음으로 선택한 유망 투자처는 파생결합증권(ELS‧DLS)을 포함한 펀드(19.0%)와 금·보석 등 자산(19.0%), 투자·저축성 보험(12.3%)이다.
응답자의 51.8%는 금융, 부동산 등 총자산이 100억원 이상은 돼야 부자의 기준에 맞는다고 했다. 특히 부자들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중요하게 여겼다. 보고서에 나온 한 60대 자산가는 “현금 유동성이 20억 정도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생활이 된다고 봐요. 현금 없이 부동산만 있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39만3000명이 있다. 2019년(35만4000명) 대비 3만9000명 늘어난 수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