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중·일 정상회의 보류 요청했다는 건 사실 아니다”

입력 2021-11-14 15:34
하야시 요시마사 신임 일본 외무상이 지난 11일 일본 외무성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보류하자고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새 내각이 출범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일본 측의 소극적 태도로 양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우리가 한·중·일 정상회의 보류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중·일) 3국의 의견이 모아지는대로 필요한 역할을 의장국으로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협력을 촉진하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도 “(한·일) 양국 관계와 무관하게 (한·중·일) 3국 협력을 촉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도 성사시켜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인 만큼 우리 측이 보류를 요청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의장국인 한국이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회의 보류 의향을 전달했다”며 “이로 인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올해까지 2년 연속 보류될 전망”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한·일 정상회담도 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 해경 선박이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 접근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한 것도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는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3국이 돌아가며 1년씩 의장국을 맡는 방식으로 열렸다. 그러나 201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후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정상 간 만남을 시도하며 관계 개선을 꾀했지만,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소통을 거부해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기시다 총리는 미국 영국 호주 수장들만 만났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취임한 지난 1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보낸 축하서한에 일본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정 장관과의 상견례를 겸한 전화통화 일정도 아직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시 외무상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30여분간 통화했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차 이날 출국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워싱턴에서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을 별도로 만나는 등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첫 고위급 회담도 예정돼있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볼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상 간 만남이 있으면 반전 모멘텀이 되겠지만 그럴 기회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한국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로 들어섰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고 관계를 개선하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