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에… 테슬라 샀는데 충전포트가 없다

입력 2021-11-14 14:36 수정 2021-11-14 16:39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자동차 업체들이 일부 부품을 뺀 채 고객에게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일부 차량은 지금 구매하면 1년가량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단 차량을 인도한 뒤, 부품을 확보하면 다시 수리를 해주는 식의 ‘임시 처방’이다. 부품이나 사양이 모두 갖춰진 차량을 받으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많아지면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은 2023년까지 지속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IT매체 매셔블은 테슬라 일부 모델이 USB-C 충전 포트와 무선충전 기능을 뺀 채 출고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최근 2022년형 테슬라 모델3를 인도 받았는데 센터콘솔에 있어야 할 USB-C 충전단자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또 무선충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테슬라 모델3 고객 뿐만 아니라 모델Y를 받은 사용자들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사전에 부품 누락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차량을 가져가고 나서야 알게되는 사례가 많다는 불만이 나온다. IT매체 엔가젯은 “테슬라가 차량 출고실적을 맞추기 위해 품질 관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6개월씩 차량 인도를 기다리느니, 일부 부품이 없어도 빨리 받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충전 포트 없이 출고된 테슬라 모델3 센터 콘솔. 레딧 제공

테슬라 샌프란시스코 서비스 센터 담당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차량은 비핵심 부품 일부가 빠진채 인도된다”면서 “빠진 부품이 도착하는 대로 고객에게 공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품은 빠르면 수주 내로 도착할 예정이다.
충전포트가 있는 테슬라 모델3 센터콘솔. 테슬라 제공

일부 부품을 제외하는 건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제네럴 모터스(GM)는 주력 차종 대부분에서 열선 시트를 빼기로 했다고 오토모티브뉴스가 보도했다. 적용 차종은 쉐보레 말리부, 트레일블레이저, 이퀴녹스 등 인기 차종과 GMC, 뷰익, 캐딜락 브랜드의 주요 차종이다. GM은 “부품이 제공되면 기능 일부를 추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부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22일부터 열선 스티어링휠도 기본 옵션에서 뺄 예정이다.

IT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BMW는 3시리즈 세단과 X5, X6, X7 등 SUV 라인업에서 터치스크린을 빼기로 했다. 고객이 여기에 동의하면, 500달러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은 근래에 출고되는 자동차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인데다, 500달러로는 나중에라도 터치스크린을 장착하기 어렵다고 더 버지는 꼬집었다.

모든 사양이 누락되지 않은 차를 받으려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점점 많아지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차량 출고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15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3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기 차종은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신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아반떼 5개월, 아이오닉5 8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9개월 이후에나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제네시스의 새로운 전기차 GV60의 출고 대기기간은 1년으로 추산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