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대국민 소통에 나서는 것을 두고 야당 일각에서 정치중립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행사에서 내년 대선 관련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며 국민 패널들의 질문도 사전에 조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후 7시 10분부터 100분간 KBS에서 ‘2021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한다. 문 대통령이 생방송에 나와 정책과 관련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2019년 11월 MBC 출연 이후 2년 만이다.
청와대는 아직 정권이 끝나지 않았는데 정책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아직 코로나19 방역과 남북 문제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남아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차원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당초 국민과의 대화 대신 기자회견을 유력히 검토했지만 최근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형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7박 9일간의 순방을 통해 평화·경제·환경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한·일, 한·미 정상회담 불발 등이 더 부각되면서 언론을 통한 대국민 소통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해를 넘기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된다. 다음달엔 예산안 처리를 포함한 연말 현안이 많고, 내년 1월에는 신년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결국 문 대통령 임기 4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11월 방송 출연으로 소통의 시점과 형식을 정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야권에선 이번 행사가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여당과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자 갑자기 대규모 생중계 행사를 여는 것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패널 300명의 질문을 미리 조율하지 않을 계획이다. 청와대는 KBS가 별도로 취합하는 국민들의 의견도 미리 받아보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아예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과 별개로 정부는 할일을 해야 한다. 잘못한 게 있으면 질책도 받아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허심탄회한 속내를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사에서 부동산 폭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사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2년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선 “부동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