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산재’ 2위 제주…이번에도 안전교육 없었다

입력 2021-11-14 13:28 수정 2021-11-14 13:30

급식실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에 의해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제주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지만 고용주인 일선 학교와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제주도교육청의 근로자 보호 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석문 교육감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지난달 사고 근로자 역시 감량기의 위험성에 대해 어떤 고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달 1일 아침 제주도 내 한 사립중학교에서 정규직 조리실무사의 손가락이 음식물쓰레기 감량기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괴사된 혈관을 살리지 못해 며칠 뒤 손가락 마디를 재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입원한 40일간 초중고 세 딸은 엄마 없는 생활을 해야 했고, 이씨는 오른손 중지와 검지가 끝 마디만 남겨지는 영구 장애를 입었다. 사고가 있던 날은 이씨가 출근한 지 꼭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이씨는 사고 후에야 감량기 사고가 앞서 네 번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무를 시작할 때 기기의 위험성을 알려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음식물감량기는 제주도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 학교 급식실에 설치·운용되고 있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총 다섯 차례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비슷한 유형으로 반복됐다.

이씨는 배출구 부산물을 처리하던 중 감량기가 작동해 오른쪽 손가락 2개를 잃었다. 지난해 발생한 네 번째 사고 피해 근로자는 청소 과정에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4개가 절단·골절됐다. 네 번째 피해자도 감량기에 대해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해 네 번째 사고 직후 제주도교육청은 급식실 안전보건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교육감은 두 달 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사고를 언급하며 사전 교육 등 구체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거론했지만 이후 사고에서도 피해 근로자가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엔 교육감의 책무를 강화한 제주도교육청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 관리에 관한 조례까지 만들어졌지만 이씨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지역 학교급식 조리과정에서 55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급식실 인력 대비 산재 발생비율은 2.09%로 울산(2.4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의 2배가 넘고 서울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