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미 장바구니 물가…“바이든의 세금 탓”

입력 2021-11-14 07:15 수정 2021-11-14 10:00

“추수감사절 감사할 이유는 많지만, 바이든의 세금은 아니다.”(앤드류 클라이드 조지아 하원의원)

요즘 미국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의 추수감사절 세금(#Biden’s ThanksgivingTax)’이라는 트위터 태그가 유행이다. ‘역대급’ 평가를 받는 식료품 가격을 나열한 뒤 태그를 붙여 트위터에 올리는 식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수감사절 밥상 민심을 겨냥한 여론전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조 바이든 대통령 실책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올해 추수감사절 비용이 기록적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추수감사절의 상징인 칠면조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13일(현지시간) 미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16파운드 이하 냉동 칠면조 도매가격은 현재 파운드당 평균 1.41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보다 큰 칠면조 가격도 평균 파운드당 1.39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20% 상승했다.


이번 추수감사절은 인플레이션 폭주와 공급망 병목, 코로나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시기와 겹쳤다. 비료나 동물 사료, 농기계 연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생산 가격이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노동력이 부족한 농가에선 가금류 손질이 어려워졌고, 포장 공장과 운송회사의 인력 부족으로 식료품 진열대 빈칸이 많아졌다”며 “전 세계적 문제인 식품 인플레이션이 미국에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비싼 가격 때문에 칠면조 한 마리를 통째로 사지 않고 가슴살만 주문하는 소비자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물량도 부족하고 가격도 치솟는 이중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미 농무부 블로그에 “칠면조 제품은 많이 있지만, 특정 크기를 염두에 뒀다면 일찍 쇼핑하라”는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칠면조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명절 준비에 필수인 다른 재료도 덩달아 뛰고 있다. 우유, 설탕 소매 가격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고, 맥주와 칵테일 등 주류 가격도 치솟았다.

온라인 대출 업체인 크레더블 재무 분석가 다니엘 로카토는 4인 가족 기준 추수감사절 저녁 식탁 최소 비용이 26.57달러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추정치에는 샐러드 등 애피타이저나 사이드 메뉴, 파이나 주류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로카토는 “와인이나 맥주 가격은 빠져있다. 뉴욕 맨해튼이라면 이보다 두 배가 더 들 것”이라며 “30년 만의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올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더 큰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식품지원 사업을 하는 웨스트 앨라배마 푸드뱅크는 올 추수감사절 칠면조 대신 치킨을 준비하기로 했다. 업체 관계자는 “가격 상승으로 칠면조 구매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패한 경제 정책 덕분에 내야 할 비용”(로저 윌리엄스 텍사스 하원의원), “역사상 가장 비싼 추수감사절”(엘리스 스터파닉 뉴욕 하원의원) 등 공화당의 공세는 물가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겨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연휴가 연이어 다가오면서 시름은 더 크다. 미국 농업 대출금융기관인 애그아메리카 커트 코빈튼 수석 이사는 “식량 공급 라인의 문제가 금방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마스와 내년 부활절, 혹은 봄 방학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