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래소 시장의 이인자였다. 사업경력이 오래된 경쟁사 빗썸에 거래량과 회원 수가 모두 뒤처졌다. 그러나 올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코인 시장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1년도 채 안 돼 업비트가 70~80%의 시장점유율을 가져가며 역전한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1위로 올라선 요인으로 금융 핀테크 업체 케이뱅크와의 제휴, 최적화된 앱 기능, 대관 역량 강화 등을 꼽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24시간 거래량 규모는 업비트 6조4280억원, 빗썸은 1조5560억원, 코인원은 2460억원 순이다. 지난달 말 업비트 회원수는 890만명으로 거래소 중 가장 많았다. 최대 동시 접속자는 약 300만명에 이른다. 일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압도적인 집중도다. 지난해 12월 업비트의 거래량은 6000억원대로 오히려 빗썸(1조4000억원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업비트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6월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제휴사를 바꾸며 2년 반 만에 실명계좌 발급 및 원화 입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핀테크 기술을 보유한 케이뱅크는 손쉬운 계좌개설과 송금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새로 유입된 투자자들이 편리한 업비트로 쏠렸다. 반면 빗썸과 코인원이 제휴를 맺은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계좌만 연동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있었다.
빠르고 직관적인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은 업비트만의 강점이다. 모바일 퍼스트를 내세운 업비트는 초반부터 웹보다 앱 개발에 주력했다. 경쟁사보다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깔끔하고 앱 반응 속도도 1초 초반대로 매우 빠르다.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를 운영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 9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업비트의 독주가 한층 강고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폐업하거나 원화 거래를 중단한 소규모 거래소의 이용자들이 업비트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엔터테인먼트기업 하이브와 손잡고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에 진출하며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업비트는 최근 대관‧홍보 업무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업비트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참 과장, 국회 보좌관 출신 등 정·관계 인사를 영입하며 정책 영향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도 대관·홍보 전문가다.
올 한 해 급속도로 몸을 키운 업비트는 독점 논란에 직면해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비트 독점 논란에 대해 “기존 업체(두나무)의 영업 방식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무분별하고 불투명하게 상장·관리·폐지하는 것은 해묵은 문제로 지적된다. 업비트는 사업자 신고를 앞둔 지난 6월 수십 종의 알트코인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무더기 상장 폐지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이른바 ‘잡코인’까지 다 상장했기 때문이다”며 “상장 및 상장 폐지의 기준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