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리더십 ‘시험대’…‘윤석열 가린다’, ‘2030 약점 보완’ 평가 엇갈려

입력 2021-11-14 05:00 수정 2021-11-14 05:00
윤석열 지지층, ‘이준석 소환론’ 제기
“자기 정치 ‘위험한 불장난’…‘원팀’에 찬물” 비판
“윤석열 약세인 2030세대 지지 확보” 반박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불필요한 잡음을 내며 윤석열 후보를 가린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반면, 대선 승리를 위해선 2030세대 지지가 필수인 만큼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약점을 메우는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박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할 말 있어요’ 게시판에는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쓴 이 대표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합류 등 선대위 구성을 놓고 윤 후보 측과 이 대표가 갈등을 빚자 윤 후보 지지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모양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은 이 대표 소환론까지 제기했다. 지난 11일에는 폭주하는 게시글로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말을 정확하게 번역해드린다면 ‘전권은 중요치 않지만 나만 총괄선대위원장을 하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최근에 보면 당원들을 선동해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을 싸잡아서 비판하려는 모양새가 있는데 저는 자리싸움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제기된 비판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윤 후보 측은 물론 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 리더십에 불만이 제기된다. 컨벤션효과로 윤 후보 지지율이 오른 상태인데, 이 대표가 선대위 구성 등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내며 윤 후보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이 대표가 힘들게 만든 ‘컨벤션 효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한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원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 비난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도 “이 대표가 너무 과도하게 나서고 있다”면서 “대선 후보가 선출된 상황에서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대표가 2030세대 지지를 얻고 있는 데다 ‘집안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 이 대표와 충돌하는 모양새는 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당 대표로서의 자기의 본분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왼쪽)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2030세대의 강한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옹호론도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 대표가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에서, 당을 위해 나선 것 아니겠는가”라며 “이 대표 입장에서도 윤 후보가 대선을 이겨야 정치적으로 자기 공간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0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윤 후보에게 이 대표는 2030세대 지지를 모아줄 수 있는 보완재”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년 대선 승리의 관건이 2030세대에 달린 걸 고려하면 이 대표의 존재감이 윤 후보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대선 정국에서도 이 대표의 역할과 몫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윤 후보가 보완적인 관계기 때문에 더더욱 윤 후보가 손을 내밀고 도움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고,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윤 후보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도 대선 승리로 가는 길에 훼방꾼처럼 되거나 판을 깼다는 식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건 원치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이 대표가 과도하게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