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비트코인 vs ‘플랫폼’ 이더리움…내년에 시총 역전될까

입력 2021-11-13 06:00
9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대장 격인 이더리움이 연이어 최고가를 새로 쓰며 경쟁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오르면 이더리움이 뒤따라 치솟으며 투자심리에 불을 붙이는 양상이다. 시총은 비트코인이 높지만 상승률에서는 이더리움이 앞선다. ‘플랫폼’으로 활용도가 높은 이더리움이 ‘디지털 금’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의 가격은 450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비트코인은 6만3000달러 안팎에서 유지 중이다. 하루 전 나란히 전고점을 기록한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날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총은 각각 1조1900억 달러, 5400억 달러가 넘는다.

시총에서는 밀렸지만 올 한 해 상승률은 이더리움이 높았다. 지난 1월 1일 이더리움의 가격은 729.12달러에 불과했다. 일 년도 안 돼 6배 넘게 수직 상승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같은 기간 2배 가량 올랐다. 거래량에서도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눌렀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3분기 거래량 가운데 이더리움은 22%, 비트코인은 19%를 차지했다. 2분기 연속해서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비트코인을 앞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의 시총이 비트코인을 역전하는 ‘플립핑’(flippening)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블록타워 캐피탈의 라훌 라이 매니저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능가할 좋은 기회다. 이르면 내년 중반에 (플립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 최고경영자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거래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낮다”며 “차세대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지난 10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개방성과 범용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에 방점을 찍은 비트코인에 비해 ‘스마트 콘트랙트’ 개념을 접목한 이더리움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가깝다. 스마트 콘트랙트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디지털 자산을 자동으로 이전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자들은 이를 이용해 금융, 게임, 소비 등 다양한 분야의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디앱‧dAPP)을 만들 수 있다.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와 NFT(대체불가토큰)에도 이더리움이 활용된다. 이더리움을 플랫폼으로 삼아 일종의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은 공고하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물가 상승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의 자리를 대체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법정 화폐로 인정되거나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는 등 제도권에 먼저 안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오랜 비판과 규제를 이겨내고 최초이자 최고의 암호화폐가 됐다는 상징성도 크다.

독일의 암호화폐 사이트 블록체인 센터가 8가지 지표를 토대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교해 산출한 ‘플립핑 지수’는 45.2%에 불과하다. 이더리움 생태계의 사용자, 거래량, 영향력 등이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이라는 의미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