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낙상사고를 당한 부인 김혜경씨를 후송했던 119구급대원을 질책하지 말아 달라고 소방당국에 요구했다. 해당 대원들은 주요 인사에 대한 이송 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저희 집에 119가 도착할 때 저는 복장을 갖추고 저희가 누구인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제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지만 알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의무가 있다고 해도 보고 대상이 아니니 당연히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본 젊은 구급대원 3인은 훌륭한 공직자였다. 얼마 전까지 제가 지휘하던 경기도 공직자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성실하게 임무를 잘 수행한 이들을 내용도 모른 채 질책할 것이 아니라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시 이 후보 자택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주요 인사에 대한 이송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방당국에 불려가 세 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후송한 119구급대원들의 비화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며 세간에 알려졌다. 경기도청 근무자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유명 대선후보 가족 안전 이송해주고 소방서로 불려가 세 시간 정도 조사받은 게 정상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려 “야간 근무가 끝난 후 퇴근한 이송 직원들을 아침 9시께 소방서에 불러들여 VIP 이송 보고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몇 시간이나 조사와 질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방청에서 소방본부로, 본부에서 소방서로 거꾸로 대선후보 가족을 이송한 게 맞냐고 내려오면서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본인 의무를 다한 이송 담당 직원들이 비번 날 소방서로 불려와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조사를 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후보의 배우자 수행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씨는 9일 새벽 자택에서 구토와 현기증, 일시적 의식 소멸에 따른 낙상으로 119 구급대에 의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 모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이 후보는 이날 0시 54분 직접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들은 오전 1시 6분 현장에 도착해 김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구급차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구급차에 함께 탄 이 후보는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이 식별되지 않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