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신분 안 밝혀…보고 안한 구급대원, 질책 말라”

입력 2021-11-12 17:45 수정 2021-11-12 17: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새벽 병원으로 이송되는 아내 김혜경씨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이해식 의원 페이스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낙상사고를 당한 부인 김혜경씨를 후송했던 119구급대원을 질책하지 말아 달라고 소방당국에 요구했다. 해당 대원들은 주요 인사에 대한 이송 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저희 집에 119가 도착할 때 저는 복장을 갖추고 저희가 누구인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제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지만 알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의무가 있다고 해도 보고 대상이 아니니 당연히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본 젊은 구급대원 3인은 훌륭한 공직자였다. 얼마 전까지 제가 지휘하던 경기도 공직자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성실하게 임무를 잘 수행한 이들을 내용도 모른 채 질책할 것이 아니라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시 이 후보 자택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주요 인사에 대한 이송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방당국에 불려가 세 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후송한 119구급대원들의 비화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며 세간에 알려졌다. 경기도청 근무자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유명 대선후보 가족 안전 이송해주고 소방서로 불려가 세 시간 정도 조사받은 게 정상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려 “야간 근무가 끝난 후 퇴근한 이송 직원들을 아침 9시께 소방서에 불러들여 VIP 이송 보고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몇 시간이나 조사와 질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방청에서 소방본부로, 본부에서 소방서로 거꾸로 대선후보 가족을 이송한 게 맞냐고 내려오면서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본인 의무를 다한 이송 담당 직원들이 비번 날 소방서로 불려와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조사를 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후보의 배우자 수행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씨는 9일 새벽 자택에서 구토와 현기증, 일시적 의식 소멸에 따른 낙상으로 119 구급대에 의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 모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이 후보는 이날 0시 54분 직접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들은 오전 1시 6분 현장에 도착해 김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구급차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구급차에 함께 탄 이 후보는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이 식별되지 않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