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내렸지만… “올릴땐 번개같이, 내릴땐 핑계 일색” 분노

입력 2021-11-12 16:31
유류세가 오늘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20% 인하된다. 왼쪽 사진은 이날 유류세 인하분이 적용된 서울 시내의 한 알뜰 주유소. 오른쪽 사진은 이날 유류세 인하분이 미적용된 서울 시내의 한 자영 주유소. 연합뉴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민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소수 주유소에서만 인하분이 반영된 탓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유소 업계의 ‘고무줄식 기름값’ 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간 휘발유는 리터당 820원에서 656원으로, 경유는 582원에서 466원으로 유류세가 각각 20%씩 인하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전날까지 리터당 1800~1900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던 기름값(휘발유 기준)은 1600~1700원대까지 내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이만큼의 가격 인하가 이뤄진 주유소는 찾기 힘들었다.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직영 주유소 765곳과 알뜰 주유소 1233개에 한해서만 즉시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국 1만1260개 주유소(올해 상반기 기준)의 17.8%에 불과하다. 한국석유유통협회가 지난 10일 회원사 공문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물가인상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해 주유소들이 즉각적인 기름값 인하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음에도 적지 않은 주유소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가맹 주유소의 경우 기름값을 원하는 대로 책정할 권리가 있기에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 단계에서 부과되는 만큼 해당 재고가 전부 소진되기 전에 기름값을 낮추면 주유소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유소 업계의 ‘아전인수식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등 기름값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그에 맞춰 신속하게 기름값을 올리면서 유류세 인하 등 상황에서는 재고 핑계를 대며 기름값 인하를 미룬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사회적 고통 분담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제 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체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맹 주유소들이 세금 인하분을 반영해 기름값을 책정할 때쯤에는 현재보다 유가가 올라 유류세 인하분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