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인플레 압력… 美소비자물가 6.2%↑ 31년 만에 최대

입력 2021-11-13 07:00
9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식품점에서 직원이 포장육을 진열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면서 터키 경제는 심각한 인플레를 맞고 있다. 정부 기관이 발표한 물가 상승률은 20% 선이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50%에 가깝다고 추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올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CPI는 5월부터 매달 5%대 상승을 지속하다 9월에는 5.4%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10월에는 6%대로 올라서며 약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8.6% 오르며 2010년 11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를 찍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는 4.1% 올라 1997년 통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크게 올랐다.

개별 국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독일이 4.5%로 동서독 통일로 물가가 급등했던 1993년 8월 이후 28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보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2% 중후반이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영국은 3.1% 올랐다.

러시아는 9월 7.4%에서 10월 중순 들어 7.8%로 더 올랐다. 터키는 19.9% 뛰었다.

중국은 10월 생산자물가가 13.5% 오르며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그동안 크게 늘어난 유동성과 공급이 절대적으로 달리는 병목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저마다 경기침체 방어를 위해 돈을 풀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상품 가치가 올랐다.

여기에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늘어난 상품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하는 실정이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은 거의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공급 부족은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1년 전 30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월물 기준으로 8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승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