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외 연락금지·재택비용 지원” 포르투갈 새 노동법 시행

입력 2021-11-12 14:44 수정 2021-11-12 14:56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 및 재택근무가 보편적인 업무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곳곳에선 변화한 업무 환경에 맞춰 새로운 법 제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의회에서 회사가 근로시간 외에 직원에게 연락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의회는 이런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지난 5일 통과시켰고, 이 법안은 다음날인 6일부터 발효됐다.

법안에 따르면 일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근로시간 외에 직원에게 회사가 전화, 문자, 이메일 등으로 연락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이 법은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직원이 부득이하게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경우, 전기료나 인터넷 요금 등 재택근무와 관련해 발생한 비용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 수도요금은 제외됐다. 또 법안에는 “고용주는 직원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재택근무 직원에 대한 모니터링도 금지했다.

자녀가 있는 직원은 고용주의 승인 없이도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부여된다. 또 회사는 재택근무 직원의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2개월에 한 번씩 대면 만남을 열어야 한다.

법안을 기획한 애나 멘데스 고디뉴 포르투갈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재택 및 원격 근무가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정부 규제의 필요성이 드러났다”며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인다면 재택근무는 ‘게임 체인저’(기존 경향을 바꾸는 인물이나 사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르투갈은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 없이 인터넷과 노트북 등으로 일하는 해외 인력인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디뉴 장관은 “포르투갈이 전 세계에서 디지털 노마드와 원격 근로자에게 최적의 거주지라고 본다”면서 “이들을 포르투갈로 끌어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보장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의회 고용위원회가 재택근무자가 고용주와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2017년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 50인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은 노사가 협의해 근무시간 이후에 회사의 전화나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등에서도 직원이 퇴근하거나 휴가를 떠났을 때 업무용 메일 기능이 정지되도록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스페인도 원격 근무와 관련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업무 시간이 지켜지도록 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법안 초안은 원격 근무 시 ‘유연한 업무 시간에 대한 권리’를 제안하고 있다. 또 법안에는 원격 근무를 선택하는 것이 급여의 손실, 직업 안정성이나 승진 기회 박탈을 의미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될 전망이다.

그리스도 ‘원격근무법’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은 원격 근무 시 정상 근로 시간과 초과 근무에 대한 규정, 원격 근무에 맞는 수당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직원들이 일을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고용주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원격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터 린치 유럽노동조합연맹(ETUC) 부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집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고 고용주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근로자들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고용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이 ‘뉴 노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