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도심에 시가 1300억원 상당의 금괴 2t이 매장돼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절도를 시도한 혐의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익산경찰서는 최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익산 시내의 한 건물에 침입해 소문으로 떠도는 금괴를 훔치려 한 혐의(절도미수)로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쯤 익산시 주현동에 있는 옛 일본인 농장 건물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를 목격한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건물을 탐사하던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익산 금괴 매장설을 듣고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체포 당시 곡괭이나 삽 등의 도구는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착됐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호기심에 그랬다”며 침입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익산 금괴 매장설은 지난 3월부터 지역에 확산됐다. 1914년 세워진 일본인 농장 건물 지하에 금괴 2t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다. 일본인 농장주가 일제 패망과 함께 재산을 금으로 바꿔 놓고 농장 사무실 지하에 파묻은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게 소문의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묻혔다는 금괴 2t을 시가로 환산하면 약 1300억원 상당이다.
지난 8월에는 광복회가 금괴 소문을 듣고 해당 건물에 대한 발굴 허가와 사전 탐사를 신청하는 일이 있었다. 익산시가 이 자리에 항일독립운동 기념관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불허하자, 광복회는 다시 전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전북도와 익산시, 광복회는 지난 10월 현장 검증을 실시했고, 결국 행정심판위원회는 재결을 기각했다.
광복회 측은 현장검증 당시 살펴보니 농장 사무실 계단 아래 부분의 콘크리트 바닥이 파헤쳐저 지하를 뚫은 흔적과 마감처리가 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이미 도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익산시는 매장물 탐사와 발굴 승인보다는 시민을 위한 문화재 복원과 기념관 조성 사업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익산경찰서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근거 없는 소문을 근거로 문화재 훼손을 시도하거나 공공안녕을 위협하는 행위는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