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는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 및 예능 보유자를 일컫는 속칭이다. 무형 문화재는 연극·음악·무용·놀이와 의식·무예·공예기술·음식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 가치가 큰 것을 가리킨다. 유형 문화재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은 것이 아니라 예술적·기술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나 단체에 의해서만 구현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문화재 장인의 작업을 무대화한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을 19~20일 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 올린다. 2013년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이래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첨단 기술 중심의 세계에서 소외되어 가는 인간의 노동 가치를 ‘장인의 손’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은 1막 ‘흙, 물과 불’과 2막 ‘선과 면’을 주제로 도자기와 매듭의 탄생 과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시각화했다. 흙 밟는 소리, 물레 차는 소리, 끈 짜는 소리 등은 물론 장인의 호흡까지 공연의 주요 사운드로 사용했다. 안무가 김용걸이 이끄는 김용걸댄스시어터 단원 12명이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및 매듭장과 함께 출연한다. 1막은 사기장 김정옥 보유자가 출연해 흙을 밟고, 물레를 돌려 찻사발을 빚어내는 작업을 그린다. 아들과 손자 3대가 함께 무대에 올라 역사를 잇는 장인 정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2막은 매듭장 김혜순 보유자가 나와 실을 감고, 끈을 맺고 풀어 매듭으로 엮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콘텐츠 사업 본부장을 역임했던 김희정 상명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콘셉트를 정하고 대본을 쓴 뒤 그에 따른 창작진을 구성했다. 김 교수는 “국립무형유산원으로부터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공연을 의뢰받은 뒤 리처드 세넷의 저서 ‘장인-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을 읽고 영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공연의 주인공인 두 분의 장인을 만나면서 비로소 공연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면서 “‘사람’과 ‘작업’ 자체가 감동이었기에 과도한 공연적 변형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두 분을 공연자로 무대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도자기와 매듭의 긴 작업 과정을 ‘공연’이라는 시간적 제한의 틀 안에서 연출해야 했기 때문에 전통춤으로만 안된다고 생각했다. 현대무용과 발레, 고전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김용걸 감독님께서 제 연출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무료이며, 공연 10일 전부터 기관 누리집(www.nihc.go.kr)과 전화(063-280-1500~1)를 통해 사전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