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싫은데 왜 자꾸 살라 하나”…인턴기자가 만난 청년들

입력 2021-11-13 06: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참석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리가 원하는 건 임대주택이 아닌데, 왜 자꾸 공공주택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재명 후보도, 윤석열 후보도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청년 표심’ 잡기에 혈안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에게 큰 기대감이 없어 보였다.

국민일보 인턴기자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와 서울의 주요 대학가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은 “지금 대선에 나와 있는 후보들 모두 청년의 마음은 전혀 모르는 것 같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이 정치권에 대한 기대사항 중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역시 ‘내 집 마련’이었다.

대학생인 20대 정모씨는 “힘들게 취업해서 돈을 벌어도 내 돈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이 주변에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신길동에 사는 20대 취업준비생 백모씨도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매일 체감하는 것은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대선이 본격 시작되면서 여야 후보 모두 주택 공약을 쏟아냈지만, 청년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장기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서 청년에게 일부를 우선 배정한다는 이 후보의 ‘기본주택’ 공약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20대 박모씨는 “공공주택은 결국 내 명의가 아니지 않나. 우리가 원하는 건 임대주택이 아닌데 왜 자꾸 공약으로 공공주택이 언급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씨도 “돈이 없으니 공공주택도 많이 알아봤는데 결국 ‘안전한 내 집’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결국은 집을 ‘대여’하는 셈이라 궁극적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박모(22)씨도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한다고 하지만 1인 가구에도 많이 배정할지 회의적이다”며 “나는 결혼을 안 할 계획인데, 차라리 1인 가구 대상으로 전세금을 전폭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청년 원가주택’ 공약에 대해서는 이를 아는 청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대학생 박씨는 “정치권에서 ‘이대남’이라는 단어부터 없앴으면 좋겠다. 20대 남성의 표를 잡겠다고 여성의 표를 포기하겠다는 건가”라며 “이 후보가 극단적 성향의 글을 공유하면서 오히려 성별 간 반목만 커졌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A씨(25)도 “20대 남성을 불러들이려는 이 후보의 노골적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20대 여성 지지율은 얻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20대 남자 지지율은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안일하게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하던 남성 청년 사이에는 윤 후보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22)씨는 “홍 의원이 솔직하고 직설적이라 주변에서 좋아했는데 윤 후보는 개인의 매력을 아직 잘 모르겠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윤 후보에게 ‘페미니즘 성향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노선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표를 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둘 다 싫다’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22)씨는 “개인적으로 두 후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간 나온 논란을 봤을 때 모두 도덕적으로 모자란 면이 많다”고 했다. 백씨는 “60대에 가까운 분들이 대결하는 거라 솔직히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한제경 인턴기자,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