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기본 생활습관 만들기

입력 2021-11-11 17:52

초등학교 2학년 G는 기본 생활습관이 엉망이다. 지시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숙제하기는 물론이고, 아침저녁 세수하고 등교 준비하는 것, 잠자기 전에 잠옷을 갈아입는 것, 물건을 정리하는 것 등 사소한 것을 하지 못한다. 부모는 이 때문에 늘 소리 지르고 화를 내게 된다. G도 이제는 부모에게 짜증을 내며 반항한다.

기본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부모는 지시하면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지시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는 아이를 ‘말 안 듣는 아이’로 만들기 십상이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특히 고도로 계획적으로 ‘행동 조형’을 해나가야 하며 인내심과 일관성이 요구된다.

어떤 바람직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야단치고 지시하기 보다는 가끔이라도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관심’은 가장 중요한 행동 ‘강화도구’이다.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야단치는 것도 부정적인 ‘관심’으로 그 행동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며,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칭찬으로 ‘관심’을 주는 것이 역시 강력한 강화도구이다.

어떤 것을 강화 시켜야 할까? 당연히 긍정적인 행동일 거다.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라는 ‘관심’을 주고 그 행동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드물게 나타나는 바람직한 행동을 빨리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인내심 있는 관찰’이 필수다. 칭찬을 할 때는 1.열정적인 목소리로 2. ‘일어나자마자 세수하러 갔구나’ 라며 행동을 묘사해주고, 3.신체적인 접촉을 하면서 강화를 한다. 이 세 가지의 요건은 행동을 수정할 때 말과 함께 ‘몸이 기억’한다는 원칙에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 물론 아이의 연령에 따라 목소리의 톤이나 신체접촉의 수위는 조절, 어린 아이에게는 다소 과장되게, 큰 아이에게는 차분하고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지키기 쉬운 행동부터 먼저 제시하고 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나중에 제시하는 게 좋다. 잠자기 전에 잠옷을 갈아입기를 싫어한다면 ‘엄마를 안아주고 잠옷을 갈아입자’라고 말해보자. 엄마와 허그하는 걸 아이들은 좋아하기 때문에 엄마를 안아준 후 바로 잠옷을 갈아입도록 연결해 주면 보다 수월하게 잠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숙제 시작하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엄마와 과자 먹으며 이야기 나누고 숙제할까?’라고 유도해 보자. 엄마와 과자 먹고 대화하기를 좋아한다면 쉽게 행동을 시작할 수 있고, 숙제하기도 시작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이에게 선택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팁이다. 장난감 정리와 씻기를 둘 다 해야 하는 경우 ‘장난감을 정리하고 손 씻어라’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했을 때 보다는 ‘장난감을 정리하고 손을 씻을래? 아니면 손을 씻고 장난감 정리를 할래?’ 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선택’프레임을 제시하게 되면, 두 가지 행동 모두를 실행할 확률이 높아진다. ‘선택’ 할 때 아이는 그 행동을 할 주도적인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고, 이는 선택이라는 보다 주체적인 행동의 유인책이 있어서 가능하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스스로 선택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자라면서도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행동을 지시할 때 친절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말을 안 듣고 빈정대거나 반항적인 아이에게는 지키기가 쉽지 않지만, 더 중요하다. 아이가 빈정거리거나 삐딱하게 대답하는 특성이 있으면 부모는 그런 아이의 말투는 무시하고 주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일이 쉽지는 않다. 아이의 태도를 당장 고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 아이의 태도가 교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반항이 심해진다. 오히려 덫에 걸려들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