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와 회동까지…미국 차관보 이례적 스케줄

입력 2021-11-11 17:3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방문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만났다. 그는 12일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연쇄회동을 가졌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업무영역인 정무·안보 당국자 외에 경제·통상 당국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행보를 놓고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만났다. 이 후보는 “앞으로 한·미 동맹이 경제 동맹으로, 또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계속 성장·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제가 가진 목표는 한가지로, 이 지역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미국은 계속해서 한국의 동맹국이자 매우 밀접한 파트너로서, 글로벌 파트너로 나아가는 한국의 행보를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양자 협의와 업무 오찬을 가졌다. 상견례를 겸한 회동에서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정세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한 후 이성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를 각각 만났다.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태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로, 방한 시 정무나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며 관련 당국자들을 만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의 경제외교·통상 담당 당국자와 별도 회동을 가져 외교가의 관심이 쏠렸다.

북·미 현안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임자인 데이비드 스틸웰 전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시 주로 외교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당국자들과 면담했던 것을 떠올리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방한 스케쥴을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경제·통상 문제를 ‘경제 안보’의 틀에 묶어 다루겠다는 미국의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미 국무부 차관보가 경제조정관과 산업부를 만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공급망 이슈 등 미·중 간 경제·기술 패권 경쟁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평화프로세스보다 공급망을 앞세운 대중국 견제망 구축에 미국이 더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리튼브링크 차관보가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와 회동하는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외교부 내에서는 ‘국장급인 차관보가 미래권력인 대선 후보를 만나는 것 자체가 격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관보를 우리 대선후보들이 여야 공히 만나는 게 사리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옛날에야 미국 차관보가 오면 누구든 다 만나고 갔지만, 최근 십여년 내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김영선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