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 승리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차 내각이 한국과 중국, 북한 등 주변국과의 접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시다 총리는 임기 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고 공언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신임 외무상도 “한국과의 소통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은 11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기는 어렵다”면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린 후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야시 외무상의 기조는 전임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모테기 간사장은 강창일 주일대사와의 면담을 사실상 거절하는 등 ‘강경파’로 통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통화에도 오랜 시간 뒤에 반응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에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하야시 외무상은 양국 간의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나라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가 간 관계의 기본”이라며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기에 제시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국가로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중외교에서도 “일중의원우호연맹회장직을 사임했다”면서 “일본의 국익을 우선해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내각은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수상관저에서 열린 2기 내각 출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납치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조건 없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4일 1차 내각 출범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구상을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외교 정책으로 기시다 내각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충돌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요미우리신문은 “하야시 외무상 인선을 두고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등 당 다수파는 난색을 보여왔다”며 “기시다 총리가 같은 ‘고치카이’ 파벌인 하야시 외무상을 기용한 것은 파벌 간 균형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주변에 “내각에 속마음을 알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반대하는 인물을 기용한 것은 최근 선거 승리로 인해 기시다 총리에게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하야시 외무상을 통해 연내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자민당 다수파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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