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결제부터 해줘요. 요소수 넣고 바로 출발해야 하니까.”
32년 경력의 트레일러 차량 운전사 김창호(64)씨가 11일 오후 2시를 5분 앞두고 인천항 인근 주유소에서 아직 시간이 안 돼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직원에게 소리쳤다. 요소수 판매가 오전부터 이루어지는 줄 알고 세 군데 주유소를 돌았다는 김씨는 “요소수가 없어서 이틀 동안 일도 못 하고 놀았다”며 “일도 없지, 기름값 비싸지, 이제는 요소수 걱정도 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군 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군이 보유한 차량용 요소수를 민간에 대여한다고 밝혔다. 군이 민간에 대여한 요소수는 전국 주요 항만 인근 주유소 32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요소수 판매가 시작되자 주유소 입구는 트레일러 차들로 가득 찼다. 한 트럭이 의도치 않게 순서를 지키지 않고 먼저 들어서자 오랫동안 기다렸던 운전자들은 5분가량 경적을 울리며 분노를 표했다. 한 운전자는 주유소 관계자들에게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왜 순서가 안 지켜지냐”며 고성으로 항의하다가 교통정리를 위해 대기하던 경찰에게 제지받았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구매한 요소수를 차량에 싣기만 하고 바로 빠져나가는 운전자들도 보였다. 주유소 직원들과 경찰이 빠른 손놀림으로 차들을 안내하자 트레일러 차들도 신속히 정리되는 모습이었다.
판매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량 행렬은 줄지 않고 있었다. 한 운전자는 “트레일러 차량만 판매하느냐, 일반 트럭은 안 되냐”며 문의하기도 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요소수였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