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에 복수하려 8살 딸 살해한 엄마, 2심 감형

입력 2021-11-11 11:27 수정 2021-11-11 13:20

동거 중인 남성이 경제적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어머니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을 떠난 남성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가 극진히 아낀 딸을 질식사하게 했다”며 “범행 내용과 동기, 전후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혼 관계인 C씨와의 사이에 B양을 등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미뤘다”며 “그 결과 B양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왼쪽 무릎 하단을 절단했고, 항소심 진행 중에도 피부가 괴사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사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침대에 누워 잠든 B양의 코와 입을 막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주일 동안 딸의 시신을 집에 내버려뒀다가 같은 달 15일 딸의 사망을 의심한 C씨가 집에 찾아오자 “아이가 죽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C씨가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딸만 극진하게 아낀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신고 당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A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C씨는 A씨에게 출생신고를 하자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A씨가 전남편의 자녀로 등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사실혼 관계인 C씨는 사건 발생 1주일 뒤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딸이 살해된 사실에 죄책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류상 ‘무명녀(無名女)’로 돼 있던 B양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A씨를 설득했고, 생전에 불리던 이름으로 출생신고와 함께 사망신고도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