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0평대 5억원 가능하다”는 SH사장 후보자에 ‘부적격’

입력 2021-11-11 07:19 수정 2021-11-11 09:56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강남에 분양가 5억원, 주변에 3억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며 이른바 오세훈 서울시장표 ‘반값아파트’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냈다.

1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양질의 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꾸준히 공급돼야 시민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며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반값 아파트’를 넉넉히 공급해 주택 매입 초기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아파트’는 토지 소유권은 SH 등 공공이 갖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아파트 원가에서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건물을 분양받으면 매달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김 후보자의 설명에 따르면 토지까지 800만원에 분양할 아파트를 토지비용을 뺀 550만원에 분양하고, 월 임대료로 40만원을 따로 받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예약제를 시작하면 6개월 이내에 몇 군데 시범 분양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을 새로 짓는 데에는 2~3년 정도 걸리는데, 택지가 확보 안 됐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 30평대 전셋값이 15억원인 상황에서 4억~5억원에 건물을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며 “계산을 해 보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에 많은 분이 청약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활용 가능한 부지로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수서역 공영주차장, 은평구 혁신파크,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 등을 꼽았다. 다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값 아파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강남·송파구 주민들은 반값 아파트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고병국 시의원이 “토지임대부 주택 물량이 일정 물량 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이벤트성’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말하자 “연간 5000~6000가구 정도의 ‘반값 아파트’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완공돼서 입주까지를 감안하면 5년 내 많은 양을 공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룡 시의원은 그동안 김 후보자가 강남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가 5억원으로 말이 바뀐 걸 지적했다. 홍 시의원은 “3억원과 5억원은 차이가 크다”라며 “3억원짜리 집 입주를 준비하다가 5억원에 분양한다고 하면 시민으로서는 실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남 아파트를 3억~5억원대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말해왔다.

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사청문특위)는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해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을 주장하면서 공급 규모와 시기,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명확히 주장하지 못했다”며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다만 오 시장은 김 후보자의 사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1981년부터 쌍용건설에서 근무한 뒤 2000년부터 경실련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