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방문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미완의 참배’ 끝에 발길을 돌렸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한 시간보다 지연된 오후 4시20분쯤 5·18묘지에 도착했다.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단체 회원 등은 이른 오전부터 묘지 입구에 모여 “오지 마라 윤석열” “물러가라 윤석열”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5·18묘지 입구인 민주의문, 방명록 작성대, 추념탑 계단 등을 선점하며 참배단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아섰다. 반면 지역 선거캠프 인사, 유튜버 등 윤 후보 지지자들도 도착 시각이 임박하자 5·18묘지에 도착해 맞대응했다.
선거캠프 측 인사들은 윤 후보를 대신해 국화를 준비했고, 유튜버 등 지지자들은 “여기가 너희 땅이냐” 등을 외치며 윤 후보 참배의 후방 지원자로 나섰다.
윤 후보가 탄 검은색 승합차가 민주의문 앞에 정차하자 항의, 지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잡이 빚어졌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사복 차림의 경찰 수십명이 윤 후보 참배 동선을 터주면서 5·18 유가족 등 항의 인파는 민주의문과 참배단 중간에 자리한 추념탑까지 물러섰다. 윤 후보와 지지자들은 추념탑을 막 지난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항의 인파가 추념탑을 지난 곳에 펼침막 4개를 잇달아 세워 ‘최후 저지선’을 구축하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이들 뒤로 5·18 유가족이 참배단까지 의자를 펴고 자리 잡아 참배 행렬이 더 나아간다면 양측 간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멈췄던 빗줄기가 다시 쏟아지면서 윤 후보는 참배단까지 이동을 포기하고 오후 4시36분쯤 그 자리에서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2분간 경례, 묵념 등 추모 의식을 마친 윤 후보는 곧바로 준비한 성명을 발표했다.
허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표한 윤 후보는 5·18묘지 도착 약 20분 만인 오후 4시40분쯤 끝내 참배탑까지 이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때마침 비가 그치면서 5·18묘지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항의 인파와 지지자 모두 무지개를 바라보며 “오죽하면 하늘도” 혹은 “성스러운 징조”라며 각각의 입장에서 해석을 쏟아냈다.
윤 후보가 기자들 질문에 답한 뒤 오후 4시52분쯤 승합차를 타고 떠나자 항의 인파, 지지자, 경찰은 별다른 마찰 없이 해산했다.
윤 후보는 11일 오전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한다. 같은 날 오후 경남 봉하마을로 이동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