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공개를 거부했던 ‘임수경 방북 관련 자료’가 법원 결정에 따라 공개됐다. 당시 북한 측이 “임수경을 체포한다면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한국에 보낸 서한 등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10일 외교부가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조정 권고에 따라 관련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정보는 1989년 당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였던 임수경 전 의원의 평양 방문 전후 남북직통전화 통화보고 내용이다. 당시 북한 대남통일선전 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우리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도 이번에 공개됐다.
조평통은 국토통일원에 보낸 서한에서 “귀 당국은 임수경 학생의 평양 방문을 무작정 범죄시하면서 그가 서울에 돌아가면 국가보안법에 걸어 체포·구속한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포함한 각계층 남북 동포간 상호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귀측의 7·7 선언에 비춰볼 때 지극히 부당한 처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고 돌아가는 임수경 학생을 체포하고 그에게 박해를 가한다면 북남관계는 더욱더 악화되고 평화통일의 앞길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러한 북측의 입장은 1989년 당시 한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도 대한적십자사에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남북직통전화 통화보고 자료에 따르면 북한 측은 “임수경 학생이 판문점을 통해 돌아가겠다고 하는 건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이어보려는 숭고한 통일염원에서 출발한 매우 정당한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적십자회는 “귀 적십자사가 인도주의 이념에 부합되게 당국과의 교섭을 통해 임수경 학생의 신변안전을 담보하는 긴급조치를 취해줄 것을 희망한다”고도 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기밀유지 기한(30년)이 지난 기밀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엔 1989년에 생성된 1577건의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도 임 전 의원의 방북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변은 지난 4월 해당 문서들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외교부가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달 7일 외교부가 공개를 거부한 문서 30건 가운데 17건을 전부 공개하고 7건을 일부 공개하는 조정안을 권고했다. 외교부는 조정안을 받아들여 지난 9일 한변에 문서를 공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