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재? 내 손으로 직접 기른다… 기업들 ‘배터리학과’ 봇물

입력 2021-11-12 07:31
국민일보 DB

차세대 배터리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들이 잇따라 대학의 손을 잡고 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데, 정작 고급 인력은 드물어서다. 석·박사급 인력만 1000명가량 부족하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에 기업들은 아예 직접 인재를 기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 ‘배터리학과’를 만들거나 전문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고려대는 지난 9일 고려대 본관,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대전기술연구원, 오창공장에서 원격으로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 신설 협약식을 맺었다. 2022학년도에 새롭게 생기는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는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다. 석·박사 통합과정(10명)과 박사 과정(5명)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왼쪽)과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최고 인사 책임자) 부사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9일 연세대와도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을 만들기로 협약을 맺고, 2022학년도 전기 일반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도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계약학과’다. 석·박사 과정 및 석박사 통합 과정 신입생을 선발한다.

SK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함께 인재 모집을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e-SKB(education program for SK Battery)’ 석사과정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전형의 입학생에게는 석사 2년간 등록금, 학연 장려금을 준다. 석사과정을 마친 뒤 SK온에 취업 특혜를 줄 예정이다. 연구 분야는 배터리 선행연구, 배터리셀 개발, 배터리 공정 개발, 배터리 시스템 개발 등이다.

송호준 삼성SDI 기획팀장 전무, 심의경 인사팀장 부사장, 장혁 연구소장 부사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김창현 이차전지센터장, 박규영 철강·에너지소재 대학원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3일 삼성SDI 기흥 본사에서 열린 '포스텍-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포스텍(POSTECH·포항공대)에 배터리 소재, 셀, 시스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3일 경기도 기흥 본사에서 ‘포스텍-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PSBT)’ 협약을 체결했다. 신소재공학과, 화학공학과, 화학과, IT융합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 철강·에너지소재 대학원 등 6개 학과의 교수진이 참여한다. 2022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10년 동안 100명 이상의 삼성SDI 장학생을 뽑을 계획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베터리 학과’를 만드는 이유는 인력 부족에 있다. 배터리는 ‘제2 반도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미래 성장산업으로 떠올랐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139GWh에서 2030년 3254GWh로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상당해 ‘K-배터리’로 불릴 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커지는 산업 규모를 채울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2일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에서 부족한 석·박사급 인력은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은 전문인력 양성의 방법으로 ‘반도체학과’ 사례에 주목한다.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려고 기업과 대학이 의기투합한 모델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와 함께 2021학년도부터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학부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에서도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개설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와 2021학년도부터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했다. 고려대는 2009학년도부터 대학원 과정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두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없다면 직접 길러서 써야 한다. 기업들이 여러 대학과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