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대변인 업무용 휴대전화 압수 사건은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아무런 정보를 복원할 수 없었다”는 대검 감찰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의 형해화, 언론자유 침해 등 여러 논란을 남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영장 발부 없이도 감찰 목적만 있다면 언론의 취재원·취재 내용, 공보 담당자의 사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들이 당사자 참관 없이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대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직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당 내용을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압수수색영장의 잠탈(규제에서 교묘히 빠져나감)이라는 말도 거론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 9일 압수가 적법했다는 입장을 표했다. 법조계에서도 임의제출로 넘겨진 압수물의 포렌식 과정에 ‘정보 주체’가 참관하지 않은 점을 꼭 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PC가 포렌식될 때 실제 사용자들이 절차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던 점을 닮은꼴로 거론하는 분위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 재판에서는 조교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PC를 임의제출해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는 피고인 측의 변론이 있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변인의 휴대전화는 사용자가 특정돼 공무상 용도로 쓰였고, 정 전 교수의 PC는 공동이 사용할 수 있는 강사휴게실 PC라는 점에서 애초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둘 다 ‘공용’이긴 하지만 정보 주체의 특정이 가능한 지에 따라 정보 주체의 포렌식 참관 필요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공동사용 PC는 정보 주체가 정보 관리나 처분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고 관리자의 참관만 있어도 된다는 설명이다.
수사와 증거제출 과정에서의 위법성과 별개로 헌법상 통신 비밀이나 사적 비밀 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법관은 이번 일을 “감사나 감찰 목적으로 언론과의 통신 비밀이 담긴 내용들을 임의로 살펴보고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기상 대검 감찰부의 포렌식 직후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집행한 점도 많은 법관들은 “공수처가 대검 감찰 자료를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 대변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면,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10일 “최근에는 디지털 증거의 경우 별지를 하나 더 붙여서 ‘누구를 참관시킬 것인가’ ‘어떻게 통지할 것인가’ 등을 까다롭게 제한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키운 일은 각각의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 “초기화가 이뤄져 아무것도 없었다”는 설명은 검찰 내부에서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낳았었다. 사전 연락 의혹에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신문 보고 알았다”고 했고, 한 부장은 “공수처와 일절 연락한 일이 없다”고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만일 그렇다면 기막힌 우연”이라는 반응이 없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이 총장실을 방문해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설명을 요구한 일을 두고 “친윤 기자단”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단체가 이번 일과 관련해 대검 감찰3과장을 강요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 감찰부장에게 아무런 지시를 할 수 없다던 김 총장은 아예 휴가를 냈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있는데 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 주임 부장검사가 모두 휴가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