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사장후보자 “강남권은 5억 반값아파트…이르면 내년 초”

입력 2021-11-10 16:51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 소위 ‘반값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김 후보자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그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10일 시의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반값 아파트’도 넉넉하게 공급해 주택 매입 초기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빠르면 내년 초라도 예약제를 도입해 빠르게 실행시킬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값아파트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대신 건축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아파트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땅값이 빠져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김 후보자는 반값아파트 부지로 기존에 거론되는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 은평구 서울혁신센터 부지 외에 강남구의 세텍 부지와 수서 공영주차장 부지 등을 거론하며 “대부분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에 대해선 “강남권은 SH의 이윤을 붙여서 5억 정도로 공급하고 주변 지역은 3억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홍성룡 시의원은 “대부분 실현 가능성보다도 레토릭, 수사학에 가까운 문구들이 많이 보인다”며 “정확하게 진단하고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두루뭉실한 수사학 가지고는 시민들에게 실망감만 크게 준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 10년 분양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인터넷에 상시공개하고, 누구나 아파트 건축비가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하겠다”며 강조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시의회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황인구 시의원은 “건축비라는 것은 물가상승 등 변수가 있어서 경기 동향에 따라 다르다”며 “지금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시장 현실의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절대다수인 시의회는 김 후보자를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히자 정재웅 시의원은 “본인 소신은 재건축 반대인데 동의서는 제출하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호평 시의원은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신다고 이야기했지 않냐”고 했다. 정지권 시의원은 “시민단체 경력을 보면 진보성향이 강한데 정체성까지 버리고 사장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