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시행 후 조선업 임금 올랐다”… 정부 발표에 勞使 ‘발끈’

입력 2021-11-10 16:11 수정 2021-11-10 17:48

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조선업 노동자 임금이 5% 이상 늘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내놨다. 노동시간 제한으로 노동자 임금이 하락하고 인력난이 심각해졌다는 중소기업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체노동력 조사결과 조선업이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운송장비제조업의 5~299인 사업장 상용직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2.6%, 7~8월에 5.3%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주 52시간제는 지난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됐다. 주40시간 노동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허용된 것으로 기존 68시간보다 16시간 줄었다.

고용부 분석 결과를 보면 5~9인과 10~29인 사업장의 7~8월 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4%, 4.8% 늘었다. 이는 전산업 평균 3.8%, 제조업 평균 4.5%의 증가 폭을 웃도는 수치다. 또 50~299인 사업장 중 100~299인 사업장의 올해 상반기 임금은 4.4% 증가했고 7~8월 임금은 6.4% 늘었다.

고용부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현장에서 근로시간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52시간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은 1개월 동안 최대 52.1시간까지 초과 근로가 가능한데 기타운송장비제조업 5~299인 상용직 초과근로 시간은 올해 상반기 19시간, 7~8월에 17.7시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기타운송장비제조업 5~299인 사업장의 상용직 월평균 초과급여는 올 상반기에 35만2000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8만1000원)보다 12만9000원 줄었다. 그러나 고용부는 초과근로시간 자체가 주52시간제에서 허용되는 최대 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초과급여 감소의 원인을 주52시간제에서 찾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이 감소해 부업·이직이 증가하고 숙련공이 떠난다는 기존의 지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법상 허용되는 초과근로시간의 절반 이하만 쓰고 있는 등 주 52시간제 때문에 초과근로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도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조사결과에 노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영계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조선업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조사라고 반발했다. 중소기업들의 기존 주장과도 온도 차가 크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선업 노동자 91.8%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임금이 감소했고, 감소한 금액은 월평균 65만8000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가 9월 개최한 ‘주52시간제 전면시행, 중소기업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는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조선·뿌리업체 노동자 초과급여가 2018년 상반기 대비 올해 5월 30~40% 감소했고, 이로 인해 숙련공들이 이탈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차기 대통령이 주52시간제를 개선해주길 바란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용부 통계에는 허점이 드러나 있다”며 “조선소의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정부의 상용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하청 생산인력이 매우 많아 이들의 노동시간과 임금이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조선소 수주량 증가로 인해 현장에서는 이런 단기계약 하청노동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주 물량이 없어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최근 수주가 다시 늘면서 내년부터는 인력난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며 “주52시간 근로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사업장도 분명히 있으므로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