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깨고 어머니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던 부부가 서울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 부부가 낸 ‘자의 엄마 성과 본의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9일 밝혔다. 이에 생후 6개월 된 A씨 부부 자녀는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르게 됐다.
부부는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부간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과 홍보·연구에 나서 달라’고 글을 올려 2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출산 전 부모의 성 모두를 아이 이름에 넣되 어머니 성을 따르기로 했지만, 출생신고 기본서식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게 설계되는 바람에 결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부모가 혼인신고 때 미리 협의한 경우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A씨 부부의 경우 혼인신고 당시 자녀 계획이 없어 별도 협의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A씨 부부는 결혼 이후에야 출산 계획이 생긴 부부의 자식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도록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법원에 성·본 변경허가 청구를 냈다.
A씨 부부를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연구팀은 이날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어머니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물려줌으로써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크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부모나 자녀 자신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는 민법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