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피부색, 왜 우리랑 다르지?…병원서 뒤바뀐 수정란

입력 2021-11-10 15:55 수정 2021-11-10 17:30
카디널 부부가 천신만고 끝에 되찾은 생물학적 친딸의 모습(왼쪽). 오른쪽 사진은 카디널 부부가 병원측의 착오로 낳은 다른 부부의 아이가 카디널 부부의 첫째 딸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병원 측의 실수로 수정란이 뒤바뀌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출산하게 된 두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대프너 카디널과 남편 알렉산더 부부는 2019년 불임클리닉 캘리포니아생식건강센터(CCRH)에서 엘런 모 박사의 도움을 받아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첫째 딸 출산 이후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오다 인공수정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 부부는 2019년 9월 낳은 딸의 피부색이 자신들과 다르게 어두워 처음부터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해왔다. 출산 8주 뒤 이들은 유전자 검사로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변호사를 통해 병원에 연락했고, 다른 부부의 수정란과 뒤바뀐 것을 알게 됐다. 또 자신들의 혈육이 다른 부부에게서 1주 간격으로 태어난 것을 알게 됐다. 2019년 10월 아이가 바뀐 이들 부부는 결국 만나서 아이를 다시 바꾸기로 합의했다.

다프나 알랙산더 카디널 부부. AP연합뉴스

이후 카디널 부부는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의료과실과 계약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제소했다. 카디널 부부와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부부를 대리하는 애덤 울프 변호사는 상대 부모 역시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디널 부부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CCRH는 이들의 수정란을 다루는 일을 엘런 모 박사 소유의 ‘비트로 테크 연구소’에 외주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카디널 부부는 자신들의 생물학적인 딸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날 때까지 모르는 채 지냈다. 이들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려움과 배신감, 분노, 엄청난 마음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내 아이를 가질 기회를 빼앗겼다”며 “뱃속의 태아와 유대감을 가질 기회도, 태아의 발길질을 느낄 기회도 가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7살 첫째 딸에게 새로 태어난 아이가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카디널 부부와 또 다른 익명의 부부는 아기를 교환한 후에도 가족 간 교류를 이어가며 대가족처럼 지내려고 한다고 전해졌다. 다만 병원 측이 수정란을 잃어버려놓고도 아이 포기를 강요하는 등 방만한 모습에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