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게임을 겨냥하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로 콘텐츠 경쟁에서 게임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게임 구독서비스’를 내놓으며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이다.
미국 IT매체 더 버지는 넷플릭스가 애플 아이폰에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2일 ‘기묘한 이야기: 1984’ ‘기묘한 이야기 3: 게임’ ‘슈팅 훕스’ ‘티터 업: 아슬아슬 균형 잡기’ ‘카드 블래스트’ 등 5개의 게임을 안드로이드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보였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추가 요금 없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사이드로딩’을 금지하고 있어 아이폰에서 게임 서비스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앱스토어에 게임을 올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단, 넷플릭스의 조치가 타사 앱스토어 탑재를 금지한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위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향후 양적 성장에서 게임이 중요한 엔진이라고 본다. 시험삼아 일회성으로 게임을 선보이는 게 아닌 것이다.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게임을 오리지널 제작물, 애니메이션 등과 비슷한 콘텐츠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오리지널 제작물을 선보인지 10여년이 지났다. 이제는 우리 사용자들이 게임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는지 배워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비디오 대여업체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OTT 시장을 개척했고, OTT업체 최로로 오리지널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면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게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로서 게임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올해 초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비디오게임 수입은 1797억 달러로 2019년보다 20% 증가했다. 이는 세계 영화산업과 북미 스포츠산업을 합친 규모보다 크다. 세계 영화산업은 2019년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었고, 북미 스포츠산업은 지난해 750억 달러 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빅테크 업체들도 자체 게임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5G 도입으로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기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클라우드 게임’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 구글은 ‘스태디아’,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엑스클라우드’를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