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안하더니…미국제조업 상징 GE, 거듭된 몰락에 3개사로 분해

입력 2021-11-10 15:21
GE 로고. AP뉴시스

제네럴일렉트릭(GE)은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기업이다. 에디슨의 필라멘트 전구를 상용화해 전 세계에 판매했고 세탁기와 냉장고 TV 등 생활가전부터 제트엔진, 원자력발전터빈, 첨단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을 팔던 회사였다.

그랬던 GE가 2016년 생활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한 뒤 침체를 거듭하다 이제는 회사 전체가 3개사로 공중분해될 상황에 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GE가 조만간 3개 회사로 공중분해 돼 항공, 의료, 에너지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GE는 “더 이상 GE라는 브랜드로 전체 사업을 영위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립된 3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해당 사업에 훨씬 더 집중력을 높이고 전문적 경영을 해낼 수 있으며 기술과 서비스 혁신에 적합한 체제”라고 밝혔다.

WSJ는 GE 고위임원의 말을 인용해 “GE의 몰락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이번 발표는 20세기 이후 대량생산시대를 열었던 현대 제조업의 역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GE는 자타 공인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다. 전구와 트랜지스터 라디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수많은 발명품을 대량생산 생활가전 상품으로 탄생시켰고 항공기 제트엔진, 발전용 대형 터빈, 각종 의료기기, 석유 채굴기 등을 생산하며 부동의 1위 제조업 기업으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백색 가전’이란 말이 일반명사가 된 것은 GE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이 흰색으로 생산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GE는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1990년대엔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NBC를 인수하고 자체 은행까지 만들어 금융산업에도 진출했다. 한국 재벌들처럼 각종 사업 부문을 거느리며 문어발식 확장에 총력을 집중한 것이다.

그때까지도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는 이처럼 공격적인 GE의 확장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적 반응만 보였다. 주식시장에서 GE의 주가는 늘 시가총액 1위였으며 “21세기에도 가장 유망한 미국 최고의 거대기업”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GE의 천하는 20년 이상 적자에 허덕인 가전부문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1990년대까지 일본산 가전의 공세를 잘 견디던 GE 가전부문은 삼성, LG 등 한국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막지 못하고 2016년 중국 하이얼에 매각됐다.

가전부문 매각이후 GE는 금융서비스사업도 접었으며, NBC도 인수합병 시장에 내놨다. 하이얼에 가전 부문을 매각하며 받은 56억 달러의 자금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GE의 노력은 역부족이었다.

WSJ는 “GE가 구조조정에 실패한 것은 백년 넘게 이어져온 ‘혁신 없는 대량생산’ 기업문화와 체질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GE의 공중분해는 혁신 없는 기업의 말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