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순 기념사업회 “윤 후보 정략적 행보 말라” 비판

입력 2021-11-10 14:04 수정 2021-11-10 14:07

사단법인 홍남순 변호사 기념사업회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고(故)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을 비판했다. 사업회는 “의도가 보이는 정략적 행보로 고인의 뜻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기념사업회는 10일 성명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석고대죄 없이 광주를 방문하는 행위는 경거망동을 넘어 후안무치의 처사”라며 “고 홍 변호사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고인은 평생을 유신과 군사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인권과 사법 정의를 위해 행동한 것은 작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고인의 시대 정신과 숭고한 유훈을 정략적 행보로 더럽히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고인의 뜻이 훼손되는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화순군 도곡면 홍 변호사 생가를 찾아 유족과 차담회를 가진 뒤 옛 상무대 영창이었던 5·18자유공원 방문에 이어 국립5·18국립묘지를 참배한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발언해 광주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해당 발언 이후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나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주는 ‘풍자’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라오면서 다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홍 변호사는 군사정권 시절 긴급조치법 위반 사건 변론과 양심수들을 위한 무료 변론을 맡는 등 지역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로 꼽힌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학살에 항의한 ‘죽음의 행’에 나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 동안 복역했다. 5·18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서온 그는 2001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진 지 5년 만인 2006년 10월 별세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14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고 홍 변호사 추모식에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몸 바쳤다”는 내용의 추모사를 보낸 바 있다. 지난 7월 5·18묘지를 방문했을 때는 고 홍 변호사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