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미국 내 모든 성인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으로 부스터를 맞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고령자를 비롯한 취약층에 한해 부스터를 접종하고 있다.
미 제약사 화이자는 9일(현지시간)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백신의 부스터 접종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해줄 것을 신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FDA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맞기 훨씬 전에 이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FDA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모든 성인에 대한 화이자 백신 부스터 접종 요청에 반대하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당시 여러 자문위원은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부스터가 필요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부스터 접종”이라고 강조하면서다.
바이든은 9월 말부터 모든 성인에 대한 부스터 접종을 시작하기를 원했지만 안전성과 효과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규제당국 요청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부스터 접종 대상이 되는 미국 내 완전접종자는 1억8100만명이다. 이 중 약 14%인 2500만명이 부스터를 맞았다.
지금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2차례 접종한 사람 중 65세 이상이거나 질병·직업·거주지역 등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특별히 높은 성인만 부스터를 맞을 수 있다. 존슨앤존슨(얀센) 백신 접종자는 백신 효과가 낮다는 점 때문에 모두 부스터 접종 대상이다.
모더나도 부스터 접종 대상 확대를 위한 신청서를 곧 FDA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백신 부작용인 심근염 우려로 젊은 남성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캐나다 보건부는 18세 이상 전국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부스터 접종을 승인했다. 지난 7월 30일 부스터 접종을 승인한 이스라엘에서 화이자 백신 3차 접종자의 중증 발병률이 크게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다. 이스라엘은 현재 12세 이상 모든 사람에게 부스터 접종을 허용한다.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오는 12일부터 부스터 접종을 전면 의무화한다. 그리스 정부는 1차 예방접종 완료 후 6개월 뒤 백신 증명서 유효기간을 만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스터를 맞지 않으면 상점, 식당, 체육시설 등에 입장할 수 없도록 해 일상 활동을 제한한다는 취지다.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구매한 헝가리는 유럽 여느 나라보다 이른 지난 8월부터 모든 사람에게 부스터를 접종해왔다. 백신의 효과가 낮은 탓이었다. NYT는 “헝가리는 겨울로 접어들면서 4차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특정 취약층이 내년 초 4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추가했다. 유럽의약품청도 이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전면적 부스터 접종이 필요한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다수는 종전 수준의 백신 접종으로도 심각한 질병과 입원을 막는 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층에는 그 효과가 커서 부스터의 이점이 미미하다고 말한다.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11세 이상 미국인도 아직 6000만명 정도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부스터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종전보다 강력해졌다고 주장한다.
보스턴대 신종감염병정책·연구소 나히드 바델리아 소장은 “(FDA 자문위원회가 화이자의 초기 요청을 거부했던) 9월보다 한층 강력한 데이터가 있다”며 “이제 부스터는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중증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