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린 10일 오전 7시40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태운 흰색 승합차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앞에 멈춰섰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항상 ‘클래식 수트’에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만 나타났던 이 후보는 이날 아침 ‘노타이’ 차림에 흰 머리가 산발인 채로 급히 차에서 내렸다.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의 안내로 호텔로 들어선 이 후보는 20분 후 행사장에는 말끔한 모습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아침까지 아내 김혜경씨를 간호하다가 급히 행사장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아내가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고 했다. (급히 나오느라) ‘씻고만 나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행사장으로 오는 길에 첫눈이 오는 모습을 보며 “오늘은 진짜 쉬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윤 후보와 ‘첫 대면’을 한 이 후보는 기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다가온 윤 후보가 “반갑습니다. 20년 전에 성남 법정에서 자주 봤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아, 저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행사 축사에서 윤 후보를 두 차례 언급하며 “오늘 존경하는 윤석열 후보님도 계시다. 정부가 해야 할,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새롭게 한번 논쟁해보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을 한번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한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윤 후보에 제안한 '1대 1 회동 및 정책토론회 개최'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인사말에서 이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는 처음 만나 대화할 때 귓속말로 했다. 이 후보는 여러 사람 거쳐 대화하거나 이야기가 전달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직접 대화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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