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주 봤다”, 李 “기억 안나”…긴장감 흐른 첫 대면

입력 2021-11-10 10:27 수정 2021-11-10 11: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VIP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각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무대는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행사였다. 치열한 본경선 레이스를 예고한 듯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두 후보는 축사하고 각국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글로벌 기업 대표, 대학 총장 등 참석자들과 환담을 가졌다. 당초 이들의 첫 조우는 전날 열린 ‘전국여성대회’에서 이뤄질 전망이었으나 이 후보가 아내의 낙상 사고로 그날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만남이 불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VIP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넨 건 윤 후보였다. 그가 이 후보에게 다가가 “반갑습니다. 후보님”이라며 웃음 짓자 이 후보가 “역사적인 순간이다. 정말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어 윤 후보는 “20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봤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보긴 봤을 텐데 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제가 형사사건을 거의 안 했다”라고 말했다. 1·2당 대선 후보를 기다리는 정·관·재계 인사들이 많아 두 후보 간 대화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VIP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참석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3명의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과거 윤 후보와 만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윤 후보를 2차례 언급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특히 윤 후보님을 여기서 뵙게 돼 각별히 반가운 마음”이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

인사말 후반부에서도 “오늘 존경하는 윤 후보님도 계신 데”라며 “정부가 해야 할,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새롭게 한번 논쟁해보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을 한번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한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한 일대일 대 정책토론회 개최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윤 후보는 무대 밑에 서서 이 후보의 연설을 듣다 이 후보가 내려오자 악수하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인사말에서 이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는 처음 만나 대화할 때 귓속말로 했다”며 “이 후보는 여러 사람 거쳐 대화하거나 이야기가 전달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직접 대화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우리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20년 전 성남에서 자주 봤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이 대변인은 “첫인사 때 윤 후보가 성남에서 본인이 검사로 근무할 때 이 후보를 법정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이에 이 후보는 형사 법정에 잘 가지 않아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한 것”이라며 “일대일 회동 문제는 아까 이야기하진 않았으나 토론을 제안한 만큼 윤 후보의 답변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정책 대결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은근한 압박의 메시지로 읽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