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각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무대는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행사였다. 치열한 본경선 레이스를 예고한 듯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두 후보는 축사하고 각국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글로벌 기업 대표, 대학 총장 등 참석자들과 환담을 가졌다. 당초 이들의 첫 조우는 전날 열린 ‘전국여성대회’에서 이뤄질 전망이었으나 이 후보가 아내의 낙상 사고로 그날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만남이 불발됐다.
이 후보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넨 건 윤 후보였다. 그가 이 후보에게 다가가 “반갑습니다. 후보님”이라며 웃음 짓자 이 후보가 “역사적인 순간이다. 정말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어 윤 후보는 “20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봤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보긴 봤을 텐데 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제가 형사사건을 거의 안 했다”라고 말했다. 1·2당 대선 후보를 기다리는 정·관·재계 인사들이 많아 두 후보 간 대화는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참석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3명의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과거 윤 후보와 만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윤 후보를 2차례 언급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특히 윤 후보님을 여기서 뵙게 돼 각별히 반가운 마음”이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
인사말 후반부에서도 “오늘 존경하는 윤 후보님도 계신 데”라며 “정부가 해야 할,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새롭게 한번 논쟁해보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을 한번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한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한 일대일 대 정책토론회 개최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윤 후보는 무대 밑에 서서 이 후보의 연설을 듣다 이 후보가 내려오자 악수하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인사말에서 이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는 처음 만나 대화할 때 귓속말로 했다”며 “이 후보는 여러 사람 거쳐 대화하거나 이야기가 전달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직접 대화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우리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20년 전 성남에서 자주 봤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이 대변인은 “첫인사 때 윤 후보가 성남에서 본인이 검사로 근무할 때 이 후보를 법정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이에 이 후보는 형사 법정에 잘 가지 않아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한 것”이라며 “일대일 회동 문제는 아까 이야기하진 않았으나 토론을 제안한 만큼 윤 후보의 답변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정책 대결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은근한 압박의 메시지로 읽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