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다운’ 머스크 트윗 때문만은 아니다 [3분 미국주식]

입력 2021-11-10 09:58 수정 2021-11-10 13:58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7월 14일(한국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업 인수합병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식법원을 떠나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미국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과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나란히 11% 안팎으로 하락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10% 매각’을 트위터로 설문하고 과반의 찬성 의견을 받은 뒤의 일이다. 페이팔은 실적 악화의 악재가 겹쳤다.

1. 테슬라 [TSLA]
테슬라는 10일(한국시간)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99%(139.44달러) 급락한 102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00달러 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사상 최고가로 1243.49달러에 도달한 지난 4일 장중 가격과 비교하면 17.69%나 내려갔다.

테슬라의 약세 원인은 머스크의 트윗에서 찾을 수 있다. 머스크는 지난 7일 트위터에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조세회피 수단으로 보는 주장과 관련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 내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안건을 묻는다”며 ‘찬성(Yes)’과 ‘반대(No)’를 택할 수 있는 투표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트위터 회원 351만9252명의 참여를 끌어낸 이 투표에서 주식 매각에 찬성하는 의견은 57.9%로 절반을 넘었다. 머스크는 트위터 투표에 앞서 “어떤 결론이든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 약속대로면 보유한 주식 1억7050만주에서 1705만주를 시장으로 던지게 된다. 매수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은 투자 심리를 위축했다.

또 이날 밤 나스닥에서 상장될 예정인 다른 전기차업체 리비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테슬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리비안은 아마존 물류 계열사와 배송용 전기트럭 10만대 공급 계약을 맺은 뒤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오른 스타트업이다.

테슬라가 인터넷상에서 유행을 탄 ‘밈 스톡(meme stock)’으로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관점도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선임 칼럼니스트 제임스 매킨토시는 테슬라 주식 매도를 제안하면서 머스크 추종자에 의해 형성된 가격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경쟁, 실적, 보조금 등의 원인과 상관없이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을 사고 홍보하는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다”고 지적했다.

2. 페이팔 [PYPL]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로 올라선 머스크의 성공담에서 초석을 다진 건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이다. 머스크는 1999년 피터 틸과 페이팔을 공동으로 창업한 뒤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보급했다.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된 뒤 2015년부터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머스크는 그 이후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해 페이팔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금도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할 때 페이팔을 언급한다.

페이팔의 등락은 머스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이날 낙폭은 공교롭게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46%(24달러) 하락한 205.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낙폭은 애프터마켓에서 11%대로 확대됐다. 3분기(7~9월) 실적이 예상치에 이르지 못했고, 4분기(10~12월) 및 연간 전망치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페이팔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3. 루미나 테크놀로지스 [LAZR]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강세가 꺾여 나스닥지수 1만6000선을 무너뜨린 이날 반등에 성공한 종목은 있다. 자율주행차량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생산하는 루미나 테크놀로지스는 나스닥에서 14.97%(2.62달러) 오른 20.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언론들은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드라이브 하이퍼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을 2024년부터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차량용 센서 제품군에 루미나 테크놀로지스의 아이리스 라이다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루미나 테크놀로지스는 장중 한때 23.9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