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장관 “자료 제출은 자발적, 강요? 터무니없다”

입력 2021-11-10 07:04 수정 2021-11-10 09:41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관련 자료 제출이 자발적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의 조치를 강요라고 주장하며 ‘패권 행사’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러몬도 장관은 공급망 자료 제출 요구 조치가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병목 현상 해결을 위해 언제든 쓸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다만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는 “이례적 상황에 불가피하게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자료 제출 요구를 비밀정보 강탈이라 부른다’는 지적에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반도체 회사 CEO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동의를 구했다. 그들 모두 승낙했고, 우리가 요청한 자료를 보내겠다고 말했다”며 “자발적이기 때문에 강요라고 언급한 것은 터무니없다(laughable)”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에 대한 국민 구제를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해 왔다”며 “(공급망 관련 자료 제출 요청은) 상무부 툴박스에 있는 도구이고, 우리는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시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조치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를 포함한 모든 CEO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망 병목현상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선택을 기꺼이 따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반도체 수급난이 확대되자 공급망 현황을 조사하겠다며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등에 재고 등 26가지 항목 정보를 이달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전날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 제출했다.

러몬도 장관은 기업들이 낸 자료 수준에 대해선 “마감일이 어제여서 아직 모든 제출물을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 국내 생산 부족은 경제적 위협일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적 위협”이라며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빨리 의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위해 520억 달러 지원이 포함된 법안은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막혀 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문 장관과 면담 자리에서 “영업 비밀 등 보안 문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은 공급망 미스매치가 일어난 이례적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조치였다”며 한국 기업과 정부의 협조에 감사를 표시했다. 문 장관은 “러몬도 장관이 제출된 자료의 보안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상무부 홈페이지에 이번 자료 제출이 일회성 조치로 진행이 된 것이라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며 “이에 대한 상호 확인이 있었고, 양측이 서로 만족하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상무부 추가 조치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문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미국이 국방물자생산법(DPA) 등을 동원해 추가정보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초기에는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예상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문 장관은 그간 국장급에서 진행돼온 ‘한·미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 격상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기업·정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첫 회의를 다음 달 8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