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오토바이 사고로 잃은 아들…한남대교 아직 못가”

입력 2021-11-10 06:50 수정 2021-11-10 13:15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에 출연한 방송인 송해. 날개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국노래자랑’(KBS1) MC로 33년간 활약해 온 국내 최장수이자 최고령 사회자 송해(94)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렸다.

송해는 9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열린 영화 ‘송해 1927’ 언론시사회에서 1986년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해 “아들은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내가 반대했다. 자식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 노릇을 잘했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며 “자격을 잃은 아버지로서 후회가 크다”고 털어놨다.

송해는 “아들이 한남대교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그 이후에는 한남대교를 건너지 못했다. 나는 죄인이며 지금 이 순간도 몹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면서 자식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유랑극단 시절 예인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때를 떠올리며 “건강을 해치게 돼 건강을 잃고 병원에 6개월 입원했다가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남산 팔각정에 올라가서 마음으로 빌고 빌면서 가족에게도 미안해하면서 눈 꼭 감고 내리뛴 게 오늘 이 자리에 만나려고 왔나 보다”면서 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남산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렸지만 소나무 가지에 걸려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순간을 돌이켰다.

자신의 인생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하게 된 송해는 “처음엔 영화 제작 소식을 듣고 출연을 거절했다. 난 무대 연기와 공연에 집중했고, 방송으로 대중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돌린 이유는 ‘부자의 정(情)’ 때문이라고. 제작사 대표에게 ‘아버지가 송해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라는 소리를 듣고 “부자지간 이야기가 통하는 것을 보고 출연 결심했다”고 했다.

송해는 영화 스태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없이 눈물이 났다”며 “젊은 사람들이 내 영화 한 편에 관심을 갖고 고생하는 걸 보면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서 개봉하는구나’ 싶더라.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송해는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66년째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 5월부터 지금까지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맡아 왔다.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