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침대, 3400만원 의자…가구에도 ‘코로나 보복소비’ 바람

입력 2021-11-11 06:01

스웨덴 왕실에서 사용하는 침대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에 등장했다. 스웨덴 럭셔리 매트리스브랜드 해스텐스의 제품 ‘그랜드 비비더스’다. 가격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침대 중 최고가인 5억원이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 인테리어 디자이너 페리스 라파울리가 디자인했다. 천연가죽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스웨덴 장인들이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주문을 하면 배송까지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집값에 맞먹는 침대, 자동차 1대 값에 맞먹는 의자, 직장인 연봉에 육박하는 책상…. 수천만원, 수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가구들이 앞다퉈 시장에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지면 가구 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여기에 ‘보복 소비’ 심리는 명품가구 소비에 불을 붙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프리미엄 가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1.7%나 급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체 가구 매출 신장률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집에 대한 개념이 단순 주거의 공간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하이엔드 가구’ 수요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죠르제띠’의 3400만원 상당 흔들의자 ‘무브’. 현대리바트 제공

수천만원대 가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전 세계 왕실 등에서 쓰는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브랜드 ‘죠르제띠’를 한국에 들여왔다. 1500만원대인 1인용 의자가 가장 싼 제품이다. 흔들의자는 3400만원, 식탁은 6000만원, 책상은 8000만원, 수납장은 1억3000만원 상당이다. 죠르제띠 관계자는 “최근 구매 상담을 원하는 고객 문의가 몰려 이미 2주치 사전상담 예약 일정이 꽉 찬 상태”라면서 “판매량도 기존 목표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콘란샵’에서 판매하는 스위스 디자이너 한네스 베트슈타인의 3500만원 상당 델피 소파. 더콘란샵 홈페이지 캡처

초고가 가구 시장이 형성되자 롯데백화점은 2019년에 국내 최초로 영국의 하이엔드 리빙 편집샵 ‘더콘란샵’을 강남점에 열었다. 3500만원에 판매하는 소파와 320만원 하는 조명 등이 인기 상품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더콘란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다. 문을 연 이후 방문객 수는 누적 300만명을 돌파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에 잠실점 2개층에 걸쳐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 ‘프라임 메종 드 잠실’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위 유통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도 리빙 상품군이 핵심으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고객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