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부(한동수 검사장)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들의 공용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을 두고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접 승인은 하지 않았지만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감찰부는 감찰을 명분으로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하지만 사실상 언론 취재까지 들춰보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총장은 9일 대검 감찰부의 전·현직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해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은 착수와 결과 사실만 보고받지, 총장인 저도 중간에 관여할 수 없다”며 “승인은 안 했고 보고는 받았다”고 기자단에 밝혔다. 압수수색 관련 위법 논란에 대해선 “그 부분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대검 출입기자단 측은 이번 논란의 책임자인 한동수 검사장이 직접 사안을 설명하도록 지시하라고 김 총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감찰과 관련해서는 착수와 결과만 검찰총장이 보고받고 과정에는 관여를 못한다. 여러분이 아무리 말해도 감찰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대검 감찰부 감찰3과(부장검사 김덕곤)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장모대응 문건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이유로 대검 대변인들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해 포렌식했다. 서인선 현 대변인과 윤 전 총장 시절 재직한 이창수·권순정 전 대변인 등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가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대검 감찰부는 이 과정에서 대변인들의 포렌식 참관 의사를 별도로 묻지 않고 대변인실 서무 직원이 참관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대검 훈령인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을 근거로 ‘대검 감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에 따르면 감찰부장은 감찰 개시 사실과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수색 관련 직접 설명을 지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검찰청법 7조에 따르면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또 검찰청법 12조에는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상급자인 김 총장이 대검 소속 감찰부에 충분히 경위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선 김 총장이 이번 압수수색 관련 직접 승인을 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보고를 받고도 대검 감찰부에 시정 및 직무수행 중단 등의 의견을 내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김 총장과 출입기자단 사이에선 대검 감찰부의 입장 설명 요구를 두고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취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 내 검찰총장실 앞에서 김 총장에게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적절한 해명을 요구했고, 김 총장은 “제가 여러분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