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 놀면 도둑”? 어린이들 신고한 아파트대표

입력 2021-11-10 00:05 수정 2021-11-10 00:05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적었다.

알고 보니 아파트 입주민회장이 다른 지역 어린이들을 골라 관리실에 잡아둔 것이었다고 청원인은 설명했다. 이어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도 했다. (그러나) CCTV를 봐도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없었다”면서 “입주민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타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논리였다”고 덧붙였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적은 글. 연합뉴스

청원인은 놀이터에서 놀았던 아이가 당시 상황을 정리해 적은 글도 공개했다. 아이는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느냐고 물어서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사건을 놓고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 임시회의도 열렸다고 한다. 회의에서 외부 어린이가 단지 내 놀이터를 이용할 경우 신고한다는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건이 의결됐으나 입주민들이 반대해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확인 결과 실제 입주자대표는 사건 직후인 지난달 12일 오후 112에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고 신고했다. 이에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입주자대표를 맞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주자대표로부터 신고 접수가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던 경찰에 의하면 (아이들의) 기물 파손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고는 있었으나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 부모 측도 입주자대표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다는 뜻을 경찰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혜진 인턴기자